[시론] '상시청문회' 논란, 문제는 국회에 있다

입력 2016-05-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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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현실 반영하는 살아 있는 제도
무턱대고 도입한 법은 혼란만 초래
우리 환경에 부합해야 적용 가능"

김상겸 < 동국대 교수·헌법학 >



지난 주말 정부는 ‘상시청문회’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상시청문회 때문에 입법절차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있었다. 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내용을 두고 위헌문제가 제기됐고, 정부의 거부권행사 가능성 등 법률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로 시끄러웠다. 더구나 헌법학자들을 위시한 학계와 여야 국회의원 및 시민단체들이 각자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견해를 주장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야당이 반발하면서 20대 국회를 위해 꺼냈던 협치나 협력은 당분간 듣기 어려울 것 같다.

19대 국회는 국회의원의 임기인 입법기 동안 국회법 개정논란으로 보냈다. 이미 헌법재판소에 의해 각하 결정을 받은 소위 ‘국회선진화법’도 있고, 행정입법 통제문제도 논란 끝에 거부권 행사로 입법절차가 종결됐다. 그런데도 19대 국회는 상시청문회 도입문제로 마지막까지 논란 속에서 막을 내렸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국회의 주 업무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고, 그 외에 국정에 중요한 현안을 결정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감시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가 상시청문회 제도를 법제화하는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이미 상당수 국가가 상시청문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법은 현실을 반영하는 살아있는 제도다. 다른 국가의 입법례를 비교하고 참조할 수는 있지만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건이나 환경이 부합돼야 한다. 무턱대고 도입한 법과 제도는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국회의 모든 상임위원회가 언제,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할 때, 그동안 우리 경험에 의하면 국회는 그냥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많다. 국회는 과거 청문회를 개최할 때마다 감당도 할 수 없는 수많은 증인과 참고인을 불러놓고 상당수는 대기만 시킨 상태에서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청문회 때마다 호통치고 윽박지르는 모습만 보여줘 국민을 실망시켰다.

우리 국회는 세계 어느 국가에도 없는 국정감사권을 행사한다. 언제든지 현안만 있으면 국정조사권을 발동할 수 있다. 그리고 입법절차에서 청문회에 준하는 입법공청회를 개최해야 하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한다. 선진국들이 상시청문회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의정활동이나 입법에 참고하기 위해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 의견을 듣는 자리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헌법질서에서 국회법에 상시청문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과잉입법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고, 국회의 내부법인 국회법에 상시청문회 제도를 둔다면 법체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운명과 함께 폐기처분됐다.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로서는 재의결을 위한 임시회를 소집할 시간이 없었다며 정부를 비난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문제의 출발점은 처음부터 국회에 있다. 헌법은 제53조에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15일 이내 거부권의 행사여부를 명시하고 있다. 헌법의 규정을 안다면 국회는 최소한 임기종료 한 달 전에 법률안이나 의안을 의결해야 한다.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은 확정되기 전에는 법률안에 불과하고 법률이 아니다. 이는 헌법 제53조에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은 제51조에서 분명하게 국회의원의 임기가 끝나면 모든 법률안과 의안은 폐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국회법은 법률안이기 때문에 폐기됐고, 20대 국회는 다시 발의해 입법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헌법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결코 법치국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김상겸 < 동국대 교수·헌법학 thomas@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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