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얼굴 공개도 OK…"깔끔하게 입자" 독려
카카오드라이버, 대리운전 업계 흔들까
[ 박희진 기자 ] # 얼마 전 카카오드라이버 대리운전 기사에 지원한 이상국 씨(43)는 면접 후 사진 한 장을 촬영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보여질 사진이었다. 과거 이름 공개도 꺼려했던 다른 대리운전 기사들도 이 씨와 함께 당당히 카메라 앞에 섰다.
이씨는 "이름은 물론 얼굴까지 공개하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정당한 대가를 받자는 공감대가 기사들 사이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 '세미 정장이라도 입고 나가야겠죠?'
지난 30일 대리운전기사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새벽을 달리는 사람들'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카카오드라이버의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게 된 한 회원이 출근 복장에 대한 고민을 얘기했다.
그는 "그동안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다시 구두에 적응해야겠다"며 "우리의 변화가 안정된 수입과 복지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엔 "옷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고객도 많다" "깔끔한 복장이 고객에게 좋은 점수를 받지 않을까요" 등의 댓글들이 달렸다.
◆카카오드라이버 출격…'카대리'들 관심 집중
31일 새벽 카카오의 모바일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가 업계의 높은 관심 속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리운전 기사 회원들은 카카오 드라이버가 근무 환경 개선과 시장 질서 확립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상황을 주시했다.
밤 근무가 많은 대리운전 기사들은 이날 뜬눈으로 서비스가 시행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출시 첫 날 카카오드라이버의 기사 회원 수는 전국 대리운전 기사의 40% 이상인 약 5만명. 일부 기사들은 실시간으로 기사용 앱에 뜬 대기 기사 현황이나 첫 호출 인증샷 등을 올려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평소 청바지에 운동화 등 캐주얼한 옷차림을 즐겨입던 대리운전기사들이 오랜만에 구두를 꺼내신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카카오는 일부 '서포터 기사'들에 한해 유니폼을 지급하고 착용을 장려하고 있을 뿐 별도의 복장 규정을 두지는 않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기사분들에게 목걸이 명찰 착용만 권하고 있다"며 "카카오드라이버의 시장 안착을 바라는 기사분들이 깔끔한 옷차림을 서로 독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대리운전 기사들 사이에선 카카오드라이버 출시를 계기로 서비스의 품질을 높여 정당한 대가를 받자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기사들이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는 데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복장에 신경쓰는 이유다.
◆기사들은 왜 카카오드라이버를 지지할까
국내 대리운전 기사들은 그동안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기사들은 통상 운행요금의 20~40% 수준의 수수료를 업체에 냈고 연간 100만원이 넘는 보험료도 개별 부담해왔다.
이용자와 연결해주는 중개 프로그램을 쓰려면 개당 월 1만5000원 정도의 사용료도 내야했다. 지역별로 특화된 프로그램이 달라 3~6개 프로그램을 모두 이용하려면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카카오드라이버는 기사 회원의 비용 부담을 크게 줄였다. 수수료는 전국에서 동일하게 업계 최저 수준인 20%를 받는다. 기사 회원은 보험료나 프로그램 사용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돼 실질적인 수수료 부담은 이보다 더 낮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원성이 높았던 패널티 제도도 없다. 그간 대리운전 기사들은 중개 앱에서 경유지 등 이용자 정보를 확인하고 호출에 승낙하지 않을 경우 건당 500원의 벌금을 중개업체에 내는 게 관행이었다. 최근엔 벌금 대신 배차 제한 시간을 30분~1시간 부과하는 규정도 생겼다.
이씨는 "경유지가 2~3곳인 손님도 있는데 이를 알지 못한 채 수락한 금액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사들 입장에선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며 "패널티를 받을 때마다 30분, 1시간씩 영업을 못하게 돼 타격이 컸다"고 털어놨다.
수급을 맞춰야 하는 중개업체 입장에선 패널티 제도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는 패널티 대신 인센티브(지원금)를 택했다. 서포터 기사들을 한시적으로 운영하면서 이들이 호출을 승낙할 경우 지원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의 한 대리운전 기사는 "카카오드라이버를 지지하는 이유는 기존 시장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며 "카카오가 기사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생태계 질서 확립 등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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