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 "기대수익률 10% 안팎 돼야 투자할 것"

입력 2016-06-01 17:13  

"KIC는 절대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설립 11년 맞는 KIC
해외 건설프로젝트 등 공동투자 대폭 늘려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

대체투자 20%까지 확대…내부 리스크 관리도 강화



[ 이상열 / 황정수 기자 ]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국부펀드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5년 7월 설립된 KIC는 유아기를 넘어 청소년기로 접어든 만큼 새로운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KIC 설립 근거인 ‘한국투자공사법’ 제1조엔 이 회사의 설립 목적 두 가지가 명기돼 있다. ‘①정부와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위탁받은 자산 운용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해 ②금융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은 사장은 “지난 10년간 운용 시스템과 해외투자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첫 번째 목적 달성에 더 큰 힘을 쏟았다”며 “이제 두 번째 설립 목적인 금융산업, 나아가서는 국가 발전에 본격적으로 기여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은 사장이 지난 1월 취임 직후부터 건설·증권·자산운용·은행 등과 힘을 합쳐 도로·항만·발전소 등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30여명의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와 ‘해외인프라사업 공동진출 방안’ 간담회를 여는 등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프로젝트 수주 여건은 크게 악화됐다. 저유가로 중동 등 산유국 재정 상황이 나빠지면서 프로젝트 발주 방식이 ‘단순 도급 공사형’에서 시공자가 건설 자금까지 대는 ‘투자개발형’으로 바뀌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자금 여력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은 사장은 “건설·증권사는 주식 투자로, KIC·연기금은 우선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투자로, 국책·시중은행은 대출로 위험을 다변화해 공동 투자하면 해외 수주에 필요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런 시도가 성공한다면 국내 기업은 해외 수주를 늘리고, 증권사는 글로벌 투자 노하우를 쌓으며, KIC 등 투자자는 저금리 시대에 좋은 투자대안을 확보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모델이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 사장은 다만 “KIC는 절대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기대수익률이 10% 안팎은 돼야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건설사 증권사 등 민간 영역이 수익성이 양호한 건설 프로젝트를 발굴한 뒤 KIC, 은행 등에 이를 입증해 투자를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KIC의 중장기 경영 목표로는 “올해 말 1050억~1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탁운용 자산을 2020년 2000억달러로 늘리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목표대로 되면 세계 국부펀드 중 운용자산 규모 15위인 KIC는 10위권이 활약하는 ‘국부펀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입할 수 있다.

은 사장은 “주식·채권 등의 기대수익률이 너무 낮아져 부동산·사모펀드(PEF) 등 대체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지난달 말 14%대에 머무른 대체투자 비중을 2020년 2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KIC는 최근 리스크관리본부장(CRO)과 준법감시인을 분리해 준법감시 기능을 강화했고, 사장 임원 등이 잘못하면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정관에 명문화했다.

향후 정부가 에너지공기업 기능 조정을 통해 해외 자원개발을 민간에 넘기면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재는 검토하지 않는다”며 “다만 민간기업이 자기 판단 아래 사업성을 분석하고 주도적으로 투자하면서 KIC에 일부 지분 참여를 요청하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황정수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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