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불법취업 통로 된 'F-4 비자'

입력 2016-06-01 18:16   수정 2016-06-02 06:00

비자 발급자 매년 급증
올 4월 현재 34만여명 국내 체류 외국동포의 44%

불법취업 올 3만건 넘을 듯…학원들, 취업알선 명목 호객
목욕탕 세신사 대부분 조선족…"일자리 뺏긴다" 한국인 '불만'



[ 고윤상 기자 ] “한 달 정도만 공부해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을 가져오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자격증과 관련된 일을 안 해도 되니까 오셔서 상담 받으세요.”

재외동포(중국동포) 비자 발급을 도와준다는 전단지 광고를 보고 기자가 전화를 걸자 수화기 너머로 중국동포 말투가 들려왔다. ‘취업 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재외동포 비자(F-4) 발급 전문학원 대표라는 사람이 “걱정할 것 없다. 일할 곳도 소개해준다”고 했다.

F-4 비자를 발급받은 뒤 취업제한 규정(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어기고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재외동포들의 불법취업이 급증하고 있다.

F-4 비자는 법무부가 2012년부터 중국과 옛소련지역 동포 중 단순노무 종사 가능성이 작은 대학졸업자, 기업대표, 기능사 이상 자격증 소지자,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발급하고 있는 장기체류 비자다. 유효기간이 없고 3년 단위로 갱신만 하면 한국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다. F-4 비자로는 공사장이나 식당 일처럼 ‘단순하고 일상적인 육체노동을 요하는 업무’에는 종사할 수 없다. 2012년 도입 당시 한국인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마련된 규정이다.

하지만 비자발급용으로 자격증을 딴 뒤 다른 직종에 불법 취업하는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컴퓨터 정보처리기능사, 제빵 기술사 등의 자격증만 따도 비자 발급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불법취업 단속을 벌인 결과 2014년 1만8444건, 2015년 1만9925건, 올해 4월까지 9871건이 적발됐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불법취업이 3만건에 달할 것이라는 게 법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F-4 비자로 국내에 체류하는 재외동포는 2014년 28만9427명에서 2015년 32만8187명으로 늘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34만498명이 F-4 비자로 국내에 머물고 있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국적동포 76만6211명(4월 기준)의 44.4%다.

불법취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자 법무부는 아예 취업 제한의 벽을 낮추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 지난해 2월부터 제조업, 농·축·어업 분야에 대한 취업 제한을 없앴다. 일부 업종의 노동력 부족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지만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한국인들은 불만이다. 세신사(일명 때밀이)로 20여년을 일했다는 김모씨(54)는 “세신사를 하겠다는 중국동포가 많아지면서 15년째 서비스 가격은 안 오르고 관련 협회들은 중국동포가 장악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불법취업 사례가 적발되면 출입국 관리규정?따라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력 부족을 이유로 대부분 민원인 신고에 의존한 채 현장 단속에는 적극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외동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나가고 있다”며 “F-4 비자를 악용해 불법취업을 하거나 이를 알선한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적극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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