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적인 실수를 저지른 카카오

입력 2016-06-03 00:03  




(이호기 IT과학부 기자) 카카오가 2일 자사 블로그에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방 내에서 공유된 웹사이트의 주소(URL)를 자사 포털인 다음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한 조치가 뒤늦게 최근 한 인터넷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카카오는 사과문과 별도로 사건 경위와 기술적인 내용을 담은 별도 리포트까지 내는 등 신경쓴 흔적이 역력했는데요.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1월 URL 미리보기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재미있는 기사를 보고 친구와 공유하고 싶어 URL를 복사해 카카오톡 대화창에다 붙여 넣으면 해당 친구가 이를 굳이 클릭하지 않더라도 대화창 내에서 기사 제목과 간략한 내용 등을 미리 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런데 카카오는 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다음 검색에 쓰는 ‘스크랩 서버’를 활용했습니다. 스크랩 서버는 검색 노출을 위해 인터넷에 널려 있는 웹페이지를 긁어 모으는(크롤링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화창 내에서 공유된 웹주소가 다음 검색에서 노출이 된 것이죠.

카카오 측은 “개인 정보 없이 URL만을 이용했고 검색이 허용된 문서에 대해서만 수집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공개를 의도하지 않은 웹문서의 URL이 포함될 가능성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또 “잘못 내린 결정이었고 많이 부족했다”며 “잘못을 인지한 즉시 스크랩 서버의 검색 연동을 중단했다”고 밝혔지요.

카카오는 2년 전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감청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이버 망명’ 사태가 빚어졌던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당시 일방적인 감청 협조 중단을 선언했던 이석우 전 대표는 결국 회사를 떠나야 했지요. 이 전 대표는 카카오톡 내 아동 음란물의 유통을 막지 못했다는 혐의로 현재 재판까지 받고 있는 처지입니다. 이처럼 이용자 프라이버시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민감해야 할 카카오가 올해초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납득이 잘 가지 않습니다. 다만 잘못을 즉시 인정하고 오류를 바로잡았다는 점, 그리고 진솔한 사과와 함께 구체적인 경위를 설명하려고 한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이런 아마추어적인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죠. (끝) /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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