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는 랩 격투기…힙합, 분노를 해체하다

입력 2016-06-03 18:16  

김희경 기자의 컬처 insight


[ 김희경 기자 ] ‘9000 대 1’.

지난달 13일 첫 방송을 내보낸 케이블TV 채널 엠넷 ‘쇼미더머니 5’의 경쟁률이다. 단 한 명의 우승 래퍼를 뽑는 데 9000명이 몰린 것이다. 국내 최초 힙합 서바이벌 방송 프로그램으로 2012년 방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시즌 1 경쟁률은 1000 대 1 정도였다. 하지만 시즌 3에서 3000명, 시즌 4에서 7000명으로 늘어나더니 이번 시즌엔 1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경쟁에 참여했다. 시청률도 2%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쇼미더머니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비주류 음악으로만 취급받던 힙합의 대중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치열한 랩 배틀에 열광하고, 몸을 들썩이며 환호한다. 가장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10~20대다. 친구들과 힙합을 즐기고, 특정 래퍼를 열렬히 응원한다. 시험, 취업 등 그들을 짓누르는 고통을 래퍼들이 대신 내뱉어주기 때문이다. 래퍼들은 세상과 격투기를 하며 한 방의 펀치를 날리듯, 시원하게 이를 쏟아내준다. 이를 통해 대중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렇게 힙합은 젊은이들의 분노를 해체하며, 이 사회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힙합은 차별과 억압에 시달려온 흑인들이 스스로를 그 굴레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만든 음악이다. 1970년대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정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문화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엔 1990년대 초 소개됐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많은 사람이 힙합을 접하기 시작한 것은 쇼미더머니 등 힙합 전문 방송이 생겨난 2~3년 전부터다. 지난해엔 여성 래퍼들을 다룬 엠넷의 ‘언프리티 팹스타’가, 올해엔 할머니들이 랩 배틀을 벌이는 JTBC의 ‘힙합의 민족’이 방영됐다.

이 같은 급속한 확산은 경기 침체 등과 맞물려 더 커져버린 삶의 무게와도 연결된다. 특히 젊은 나이에 큰 부담을 견뎌내야 하는 청년들에겐 이를 해소할 길이 없다. 힙합은 이들에게 내면의 고통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화적 분출구 역할을 하고 있다.

거침없는 표현 때문에 힙합을 하위 문화로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상대방의 허물을 공격하는 ‘디스’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얽매여 색안경을 끼지만 말고, 힙합의 긍정적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즘 국내에선 ‘묻지마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사회 저변에 깔린 분노가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 것인가. 화는 참거나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해체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직접 말하고, 사람들과의 소통으로 서서히 분노를 분산시켜야 하는 것이다. 힙합은 이를 위한 적합한 문화 수단이자 자신을 일으켜세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쇼미더머니 음악 중 음원 판매량이 가장 높았던 송민호의 ‘겁’을 살펴보자. “멈추지 마라 아직 할 일 많아. 뒷바라지하는 부모님의 사진 봐. 넌 동생들의 거울이자 가족들의 별.”

힙합 애호가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보자. 지난달 베트남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현지 여성 래퍼에게 랩을 청하며, 베트남에서 힙합 등을 통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가난한 흑인들은 힙합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고통과 의사를 표현했다”며 “이 때문에 힙합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문화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분노는 문화로 해소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이를 통해 발전한 문화는 더 폭발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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