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 개입 문제 거론
[ 이승우 기자 ]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잇달아 만났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전방위적인 환율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루 장관과 유 부총리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재무장관회의를 열었다. 미 재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방한한 이후 5년6개월여 만이다. 루 장관은 오는 6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존 케리 국무장관과 함께 미국 정부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이번 회의에 대해 “G20에서의 정책 공조, 거시정책 소통 강화, 이란 거래에 대한 국제통화결제 정상화, 대북(對北)제재 공조,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이번 회의를 한·미 무역 불균형으로 인한 미국 측의 압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루 장관은 한국 정부의 환율 개입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미국 정부는 환율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가 두드러지는 국가를 환율 개입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리며 환율 정책 압박을 강화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12년 152억달러에서 지난해 283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유 부총리는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에서 앞으로 환율 관련 문제가 생기면 환율 보고서에 ‘일방적인 개입’이라고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며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환율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회의에 배석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는 지난 1일 한 조찬 강연에서 한국을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며 산업 규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루 장관은 이날 오전 한은을 방문해 이 총재와 비공개 회담을 했다. 한은이 기재부와 함께 환율시장에서 외환당국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문제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리퍼트 대사는 이 회담에도 배석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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