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헌형 증권부 기자) 미국에서 최고 신용등급인 ‘AAA(트리플A)’ 등급을 보유한 기업 수가 최근 두 개까지 줄어들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통계를 인용해 미국에서 ‘AAA’ 등급을 보유한 기업이 존슨앤드존슨과 마이크로소프트 두 곳 남았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S&P로부터 ‘AAA’ 등급을 부여받은 기업 수는 100곳에 육박했다.
미국에서 ‘AAA’ 등급 회사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기업들이 배당 및 인수합병(M&A)용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를 대량 발행하면서 부채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가장 최근 ‘AAA’ 등급을 박탈당한 기업은 세계 최대 정유회사인 엑손모빌이다. S&P는 지난 4월 과도한 부채를 이유로 이 회사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엑손모빌은 1949년부터 67년간 ‘AAA’ 등급을 유지해왔다.
한국도 ‘AAA’ 등급 기업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그 이유는 미국과 정반대다. 미국에선 회사채를 너무 많이 발행한다는 이유로, 한국에선 발행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AA’ 등급 기업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기업이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는 이유는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다. 기발행한 회사채를 모두 상환하면 등급도 자동 소멸된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400여개 회사 중 ‘AAA’ 등급 기업은 현대자동차 KT SK텔레콤 등 세 곳뿐이다. 하지만 회사채시장에서는 조만간 현대차의 신용등급이 자동 소멸되면서 ‘AAA’ 등급 기업 수가 두 곳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꼬박꼬박 회사채를 발행했다. 2000년까지 연평균 회사채 발행 규모가 1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2000억원대로 쪼그라들더니 최근에는 아예 발행이 끊겼다. 23조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을 내부에 쌓아놓은 상황에서 굳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마지막 회사채 발행은 2011월 10월이었다.
이 회사채의 만기가 오는 10월6일 돌아온다. 이때까지 신규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현대차는 신용등급을 잃는다. 국내에 최고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이 KT와 SK텔레콤 두 곳 남는 것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2001년 이후 국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아 등급이 없다. (끝)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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