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금리 대출, 신용평가시스템부터 갖춰야

입력 2016-06-06 17:43  

"금융서민 보호 취지의 중금리 대출
변별력 있는 신용평가시스템 필수
대출보험 관련 논란도 선결돼야"

조하현 < 연세대 교수·경제학 hahyunjo@hanmail.net >



정부의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정책’에 따라 다음 달부터 시중은행에서 중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은행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중간 신용자(신용 4~6등급)들이 7월 초부터 연 10% 전후의 금리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되며, 대상자는 약 700만명에 이른다.

금융서민을 보호하려는 정책 취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중금리 대출시장의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첫째, 시중은행에서 중금리 대출을 하기 위한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 그동안 시중은행이 중금리 대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적정 금리를 산출하는 좋은 신용평가모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들도 준비했지만 중금리 대출자 신용도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좋은 시스템을 갖췄다고 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 신발 끈을 제대로 매기도 전에 달리기부터 시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2005년에 SC제일은행에서 출시한 중금리 대출상품인 ‘셀렉트론’은 많은 고객을 확보했지만 부실 대출로 인한 연체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2013년에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대안 중 하나는 그동안 중간 신용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많이 축적했고 어느 정도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카드사 및 캐피털사와 연계해서 은행이 중금리상품을 공동개발하는 것이다. 즉, 고객행태분석 등 빅데이터에 기반해 변별력 있는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의 선결과제다.

둘째, 정책을 추진하는 구체적인 방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책당국은 은행이 공급하는 대출상품을 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정책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금융사고 시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이 보험료 수익의 15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은행이 추가보험료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런 손실 분담구조는 은행이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만, 보험의 기본 원리에 비춰 보았을 때 적절치 않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손실이 크다고 해서 자동차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에게 손실을 나누자고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서울보증보험은 보험료 산출 기반이 되는 중금리 신용평가모형을 최근에 개발했다. 그렇다면 그 모형에 의해 등급별 보험료를 적절히 차등화시키면 되는데, 왜 은행에 거액 손실부담을 나누자고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설령 보증회사가 손실을 나누려 한다고 해도 은행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의 상한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보증보험회사는 자신도 잘 모르는 보험상품을 팔아야 하므로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손실피해를 보험가입자인 은행과 나누자는 것이다. 이는 중금리대출 보증에 대한 준비가 아직도 부족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은행과 보증보험회사 모두 아직은 준비가 미흡한 상태다. 정책당국은 7월이라는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은행과 보증보험회사가 신용평가모형을 제대로 갖췄는지 세밀히 점검하고, 대출보험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앞으로 중금리 대출시장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초반에는 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소규모로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하고, 정부가 그 부분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 은행들이 중금리대출에 대해 점차 노하우를 쌓으면서 수익을 실현하게 되면 금융당국이 관여하지 않아도 은행에서 중금리 대출을 적극 늘릴 것이다.

장수는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무기가 제대로 준비됐는지 잘 살펴봐야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 향후 중금리 대출 활성화 정책이 적절히 시행돼 서민의 이자부담 경감에 도움을 주고, 금융산업 발전에도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조하현 < 연세대 교수·경제학 hahyunjo@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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