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의 '첫 단추'인 국회의장 선출과 관련,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의장직 사수' 방침을 접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장직을 양보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저희 당은 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직을 야당이 맡고 운영·법사위를 여당이 맡자는 새누리당 제안의 수용 여부에 대해 "당내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상임위 배분 협상이 빨리 진행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당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 일정에 대해서는 "원 구성 협상 타결돼야 그에 따르는 후속 절차를 밟아나갈 수 있다"며 "경선날짜는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의 양보로 더민주가 의장직을 확보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더민주 입장에선 당내 '교통정리'가 남았다.
문희상·이석현·정세균(이상 6선)·박병석·원혜영(이상 5선) 등 5명의 5∼6선 의원들이 후보로 난립한 상황을 정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노리는 5명의 후보간 '5인5색'의 적임자론 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이번에도 다수파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쪽 의원들과 57명으로 절반에 달하는 초선의 표심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각 후보들이 이들에 대한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6선의 문희상 정세균(가나다순) 의원 모두 범친노 중진으로 꼽히는 가운데 '문심'(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지만, 문 전 대표측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문 전 대표는 투표권도 없지 않은가"라며 '불개입'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20대 국회 개원일인 이달 30일을 앞두고 금주부터 '빈 방'들을 시작으로 초선들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의원회관을 찾는 의장 후보들의 구애경쟁도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문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 노무현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경력 등을 들어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쭉 계승해온 유일한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회의장직을 끝으로 '명예로운 퇴장'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후 두 차례나 비대위원장을 역임, 당 위기를 수습하면서 보여준 포용력과 여야를 아우르는 협치의 리더십을 토대로 '성숙한 국회'와 '대화·타협의 원칙을 지키면는 국회', '민생을 해결하는 실력있는 국회'의 모토를 내걸었다. 개헌특위 설치 등도 주요 공약이다.
정세균 의원은 '국민의 국회', '국회다운 국회'를 슬로건으로 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에이스'론을 앞세웠다.
정 의원은 "이번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은퇴 수순으로 가는 의장이 아니라 실제로 일을 잘 할 수 있는, 그래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에이스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국회의장직에 당선될 경우 '중도하차' 한 뒤 내년 대권에 도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 의원측은 "국회의장을 맡으면 직을 마지막까지 완수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역시 6선인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중도 무계파 역할론'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후보자 가운데 제가 유일한 중도 무계파"라며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우리 당이 범친노 뿐 아니라 중도도 중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무계파라는 점 때문에 3당 체제에서 국민의당과 소통하는데도 적임자라는 주장이다. 필리버스터 정국 당시의 '인상적 의사진행'을 자평하며 '힐러(Healer) 리'라는 별명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5선의 박병석, 원혜영 의원도 '선수 파괴'를 벼르고 있다. 박 의원의 대표적 슬로건은 '충청 역할론'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충청도는 어김없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중원을 잡는 쪽이 대권을 잡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충청 출신인 내가 의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당선되면 선수도 계파도 지역도 파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정세균계로 꼽혀왔지만 중립지대를 자처하며 '선의의 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18대 국회 첫번째 원내대표였던 원 의원은 필리버스터 도입을 중심으로 한 국회선진화법을 당론으로 정한 주역이라는 점이 주요 세일즈 포인트이다.
원 의원은 "선진화법 제정을 주도한 사람으로서 몸싸움을 하지 않는 국회를 만드는데는 성공했지만 일하는 국회로까지는 아직 못 갔다"며 "일하는 국회로까지 완성시키는 게 나의 소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화와 타협을 위한 제도를 문화로 정착시키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