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발표한 내용 중에는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도 없다.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지만 무슨 그림도, 알맹이도 안 보인다. 구조조정의 궁극적 목적은 경쟁력 제고일 텐데 정작 그 부분은 뒤로 밀려났다. 조선협회 주관 하에 8월까지 업계 공동컨설팅을 추진해 적정 공급능력, 수익성 등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한다는 식이다. 이제 와서 컨설팅을 시작한다는 것도 한심하지만 정부가 사업재편의 아무런 그림도 없이 기업들만 다그치는 식이니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정부가 어제 밝힌 구조조정도 조선 3사에 하향평준화식 자구노력을 압박하고 점검하겠다는 게 전부다. 부실의 근원인 대우조선과는 부채비율 등에서 하늘과 땅 차이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이 동일하게 “생산설비를 30%씩 줄이겠다”는 것도 이런 정부 방침에 따른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각사의 기술력이나 생산성, 장기적 생존가능성을 따져 구조조정을 해야지, 일률적이고도 균등한 생산 감축이라는 게 말이 되나. 이건 정치일 뿐 구조조정이 아니다.
해운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는 오로지 양대 해운사, 채권단만 닦달할 뿐 중장기 경쟁력 강화는 뒷전이다. 여기서도 그림이 없으니 합병 등 과감한 구조개편은 안 보이고 각사가 내놓은 자구안만 갖고 날을 지새우는 모습이다. 정부가 내놓은 아이디어라는 것도 선박펀드를 동원한 계획조선 등 당장의 위기만 모면하겠다는 궁리들뿐이다.
유 부총리는 1990년대 말 적기에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 결과 외환위기로 국민 모두가 크나큰 고통을 겪고 타율적 구조조정을 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2년이 골든타임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구조조정 추진계획은 사령탑이 바뀐 것 말고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구조조정이 점점 정치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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