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 3사가 똑같이 30%씩 삭감한다는 정치 논리

입력 2016-06-0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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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앞으로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현안인 구조조정 문제는 물론 산업구조 재편 방향과 비전을 다루겠다고 밝혔다. 어제 열린 제1차 회의에서는 당면한 조선·해운 등의 구조조정 추진계획과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 등이 확정됐다. 구조조정 컨트롤타워가 새로 들어서고 사령탑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에서 유일호 부총리로 바뀌었다. 지난해부터 입만 열면 선제 구조조정 운운하던 정부가 그동안 뭘 하다 위기가 깊어질 대로 깊어진 뒤에야 마지못해 나서는 모양새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내용 중에는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도 없다.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지만 무슨 그림도, 알맹이도 안 보인다. 구조조정의 궁극적 목적은 경쟁력 제고일 텐데 정작 그 부분은 뒤로 밀려났다. 조선협회 주관 하에 8월까지 업계 공동컨설팅을 추진해 적정 공급능력, 수익성 등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한다는 식이다. 이제 와서 컨설팅을 시작한다는 것도 한심하지만 정부가 사업재편의 아무런 그림도 없이 기업들만 다그치는 식이니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정부가 어제 밝힌 구조조정도 조선 3사에 하향평준화식 자구노력을 압박하고 점검하겠다는 게 전부다. 부실의 근원인 대우조선과는 부채비율 등에서 하늘과 땅 차이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이 동일하게 “생산설비를 30%씩 줄이겠다”는 것도 이런 정부 방침에 따른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각사의 기술력이나 생산성, 장기적 생존가능성을 따져 구조조정을 해야지, 일률적이고도 균등한 생산 감축이라는 게 말이 되나. 이건 정치일 뿐 구조조정이 아니다.

해운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는 오로지 양대 해운사, 채권단만 닦달할 뿐 중장기 경쟁력 강화는 뒷전이다. 여기서도 그림이 없으니 합병 등 과감한 구조개편은 안 보이고 각사가 내놓은 자구안만 갖고 날을 지새우는 모습이다. 정부가 내놓은 아이디어라는 것도 선박펀드를 동원한 계획조선 등 당장의 위기만 모면하겠다는 궁리들뿐이다.

유 부총리는 1990년대 말 적기에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 결과 외환위기로 국민 모두가 크나큰 고통을 겪고 타율적 구조조정을 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2년이 골든타임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구조조정 추진계획은 사령탑이 바뀐 것 말고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구조조정이 점점 정치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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