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구조조정 우려 은행들 RG 발급 꺼려
지난달 2척 수주한 현대중공업, 아직도 정식계약 체결못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정상 수주는 자금지원을"
[ 이태명/도병욱/김일규 기자 ] SK E&S는 지난달 27일 현대중공업에 셰일가스 운송용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두 척을 발주했다. 발주 규모만 4억달러로 ‘수주절벽’에 시달리던 현대중공업엔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수주였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정식 수주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계약을 맺으려면 은행에서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받아야 하는데 주요 은행들이 RG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어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자구계획안까지 냈는데 은행들이 RG 발급을 해주지 않아 속이 타들어 간다”고 하소연했다.
최악의 ‘수주가뭄’을 겪는 조선회사들이 ‘자금경색’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조선업종 부실을 우려해 자금줄을 조이고 있어서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나서 “정상적인 기업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자금줄을 조이지 말아 달라”고 은행들에 주문했다.
◆자금줄 죄는 은행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주요 은행장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하고 조선업종 자금경색을 논의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등 국책은행 수장들과 신한·우리·KEB하나·국민·농협은행장 등 여덟 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선 산업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설명하고 대출 만기연장, RG 발급 등을 정상적으로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참석자들은 RG 발급에 관해 여러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전했다. RG는 선박이 계약대로 인도되지 못할 경우 발주사가 조선사에 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지급해준다는 일종의 보증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중은행들은 계약금의 0.3~0.4%에 달하는 RG 보증료를 챙기기 위해 경쟁적으로 RG 발급에 나섰다.
◆금융당국 자제 요청
하지만 지난 4월26일 정부가 빅3 조선사에 자구계획안 제출을 요구하면서 주요 은행들이 신규 대출은 물론 신규 RG 발급을 일제히 중단했다.
일부 은행과 기관들은 기존에 약속한 RG 발급도 꺼리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조원의 RG를 조선사들에 공급하기로 했으나 올 들어 단 한 건의 RG도 발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보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지난달 OECD 회의에서 시장 왜곡을 이유로 대우조선 공적 지원을 문제 삼는 등 발급 여건이 좋지 않다”며 “대우조선 등이 정상화 되면 언제든 RG를 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SK E&S로부터 요청받은 LNG 선박 두 척도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과 수출입은행이 RG 발 事?해주지 않고 있다. 농협은행도 부실채권 급증을 우려해 올해 신규 RG 발급을 중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빅3 조선사들이 자구계획안을 승인받은 뒤에도 은행들이 계속 자금줄을 조이려는 움직임이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책은행 고위 관계자도 “이날 간담회에서 저가 수주가 아닌 정상적인 수주에 대해선 시중은행들이 여신을 조이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과 신한·우리·KEB하나·국민·농협은행 등 5개 민간은행의 조선 빅3 여신(대출+RG)은 47조원에 달한다.
금융권에선 이날 간담회를 계기로 은행들이 조선업종에 대한 여신 공급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이날 그리스 선주사로부터 발주한 네 척의 수주(수주액 6700억원)에 대해 RG를 발급해줄 예정이다.
이태명/도병욱/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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