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현·장 이야기] 엔비케이스(envy+case) ① 애플이 보낸 이메일…"당신들을 만나고 싶다"

입력 2016-06-10 09:24   수정 2016-06-10 09:27

'벤처(venture)'는 '모험'이라는 말이다. 벤처기업은 모험의 바다로 가는 배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 1막 1장에도 '벤처'라는 말이 여러 번 나온다. 여기서 벤처는 '배에 실은 물건'을 뜻하지만 이 작품의 실제 배경인 16세기 말 베니스는 동방무역으로 한창일 때다. 무역선에 실린 짐들이 모두 벤처 상품인 거다. '모험 없는 곳에 이익도 없다(Nothing Venture Nothing Have)'는 속담을 가슴에 안고 닻을 올린 스타트업을 만나 그들의 미래 뱃길을 엿보려 한다. [편집자주]





'아저씨…' 하고 얼버무리던 소년소녀가장이 이젠 '형, 오빠'라고 부르며 따르는 장문영씨(38)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엔비케이스(Envicase)를 운영하는 티드(TID)의 최고경영자(CEO)다.

엔비케이스는 '엔비(envy)'와 '케이스(case)'의 합성어다. 그리고 2015년 1월, 멀리 태평양을 건너 미국 뉴욕에서 막 닻을 올린 스타트업(start-up)의 어플리케이션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에 '좋아요' 버튼이 있다면 이곳엔 '부럽다' 버튼이 있다.

가입자의 애장품과 소장품 이미지(사진·동영상)가 가득해서 실시간 패션 매거진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미지 위주라서 인스타그램과 자주 비교된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platform)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구동해 보면 또 다른 모바일 비즈니스를 엿볼 수 있다. 다른 유저(user)의 애장품과 소장품을 구경하면서 클릭 한 번으로 같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래서 커머스 미디어(commerce media)라는 또 다른 수식어가 붙는다.

이 스타트업은 '디지털 패션 매거진' '소셜 미디어 플랫폼' '커머스 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 중이다.



'엔비케이스의 선장'을 5월 중순 만났다. 장 대표와 인터뷰를 할수록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의 장면이 떠올랐다.

다친 다리를 낫게 해 준 흥부에게 금은보화로 가득 찬 박씨를 물고 온 제비의 그 장면. 16년간 소년소녀가장을 남몰래 돕고 지원해온 그에게 봄을 알리는 2016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부터 박씨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While I was reviewing some apps the other day Envicase caught my eye.(엔비케이스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If i may, I would like to say one thing. It will be the greatest commerce media.(당신들은 앞으로 최고의 커머스 미디어로 성장할 것 같다.)"

애플이 직접 보내 온 이메일 중 일부다.

애플의 에반젤리스트(evangelist, 기술 전도사) 폴 마르코(Paul Marcos)는 장 대표를 비롯한 최고기술경영자(CTO) 등 엔비케이스의 멤버 여섯 명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아 편지를 보냈다.

장 대표와 마르코 에반젤리스트는 곧 뉴욕에서 만날 예정이다. 애플은 이 회사에 '3D 터치' '라이브 포토' 등 독자적인 기술을 나눠 주고 싶어한다.

애플이 보낸 이메일을 열어 본 장 대표의 얼굴은 뜨겁게 타올랐다.

"조용하던 사무실이 순식간에 환호성으로 흔들렸다. 셀 수 없이 많은 스타트업 가운데 엔비케이스가 애플의 눈을 사로잡았다는 자체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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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그래픽 = 장세희 한경닷컴 에디터 ss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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