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과 이해찬 전 총리 면담 무산의 진실은

입력 2016-06-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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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뉴욕 맨해튼이 갑자기 1년 반이나 남은 한국 대통령 선거 이슈로 달아올랐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지난달 한국 방문 후 ‘대망론’이 부상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8일(현지시간) 예정됐던 반 총장과 ‘친노’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의 만남이 석연찮은 이유로 무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반 총장은 이날 UN본부에서 뉴욕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해찬 전 총리와의 만남을 기대했는데, 만나지 못해 서운하다”며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뵙겠다”고 말했다. 이날 12시부터 30분간 만나기로 한 일정이 전날 갑자기 취소된데 대한 반응이었다.

반 총장은 “이 전 총리가 바쁜 일이 생겼는지, 서운한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며 만남이 무산된 것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총리에 대해 “깊이 존경하는 분”이라며 표현했다. 반 총장은 그러면서도 이 전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그러나 반 총장과의 면담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날 저녁 7시(현지시간) 뉴저지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노무현 재단의 뉴욕·뉴저지 지역 교민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할 말이 없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양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전 총리는 방미에 앞서 UN한국대표부를 통해 반 총장과의 면담을 제의받았다. 이 전 총리가 국무부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계기에 뉴욕을 들린다는 사실을 파악한 UN대표부가 이 전 총리에 만남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물론 반 총장도 흔쾌히 만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 전 총리측도 “반 총장이 시간이 나겠느냐”는 반응과 함께 일정이 맞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 총장은 8일 낮 12시부터 30분간 일정이 비어있다고 알렸고, 이 전 총리도 일정상 가능하게 돼 면담은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UN대표부가 두 사람의 만남을 언론에 공개하기로 하면서 일이 꼬였다. 이 전 총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사전에 이를 알리지도 않고 기자들을 불러 사진을 찍고 발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서로 협의가 진행됐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면담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 전 총리는 대신 이날 저녁 교민행사에서 “내년에 반드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다. 이 전 총리는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개혁 진영이 보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권 내에서도 대선주자가 없다시피 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반 총장을 잠재적 여권 후보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UN 외교가에서는 이번 해프닝을 반 총장의 정“珦?현상의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임기를 7개월이나 남겨둔 반 총장이 지난달 한국 방문 후 ‘정치인’의 컬러가 강해지면서 자신이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총리로 ‘모셨던’ 분과 차 한 잔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반 총장은 9일 UN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퇴임 후 계획과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반 총장의 향후 거취가 주목받으면서 국제 현안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리는 게 된 셈이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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