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글로벌 라인 벨트'로 판 키운다

입력 2016-06-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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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라인, 내달 15일 미·일 동시 상장
이해진, 20년 만에 이룬 꿈…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상장 후 시가총액 6조5000억원
기업조달 규모 일본서 올해 최대…상장땐 네이버 지분 80%로↓
출시 5년 만에 해외 매출 1조…10억명이 쓰는 '거물 메신저'

1조 넘는 자금 어디에 쓰나
O2O시장 진출·해외 사업 강화…왓츠앱·위챗 등과 본격 경쟁



[ 임원기 / 이호기 기자 ] 네이버의 100% 자회사로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 1위 메신저를 운영 중인 라인주식회사가 다음달 15일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 증시에 동시 상장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설립해 글로벌 증시 두 곳에 동시 상장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와 라인주식회사는 10일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이사회를 열고 라인 상장을 위해 3500만주(16.7%)의 신주 발행 계획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라인이 이번 상장으로 1000억엔(약 1조800여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고, 상장 후 시가총액은 6000억엔(약 6조5000여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일본 증시에 상장한 기업의 조달 규모 가운데 최대이며 미국에서도 부동산신탁 업체인 MGM그로스프로퍼티와 식품회사인 US푸즈에 이어 세 번째다. 3500만주 중 일본 투자자에게 1300만주가 배정됐다.

○시행착오 속에 태어난 라인

라인의 이번 상장으로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20년 꿈을 이루게 됐다는 게 인터넷 업계의 평가다. 1996년 당시 29세의 이해진 삼성SDS 대리가 회사 경영진에 ‘인터넷 서비스(네이버)’ 사업계획서를 들이밀었다가 ‘배너광고만으로는 수익성이 없다’며 퇴짜를 맞은 지 올해가 딱 20년이 되는 해다. 이듬해 과장이 된 그는 사내벤처제도를 활용, 개발자 3명과 함께 네이버포트라는 사업팀을 꾸렸고 자신이 직접 책임자(소사장)가 됐다.

1999년 네이버컴으로 독립한 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 의장은 초기부터 “세계인이 쓰는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해 해외 시장에 나가는 게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네이버는 1999년 일본 지사를 설립하는 등 꾸준히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검색 및 인터넷 사업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돌파구는 뜻밖의 곳에서 나왔다. 2011년 6월, 이 의장의 특명을 받은 신중호 당시 네이버 검색센터장이 라인이라는 이름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기획, 불과 3개월 만에 일본에서 출시한 것이다. 모바일 메신저 네이버톡이 실패하고 네이버의 다른 모바일 앱들이 혹평을 받는 등 네이버의 모바일 전략이 안팎에서 공격을 받던 시점이었다.


○인터넷서비스 최초 매출 1조원 돌파

라인은 네이버톡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 사용자가 최대한 껑?편하게 만들고, 모바일에 최적화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도록 현지화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카카오톡이 당시 일본에서 3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앞서 있었지만 라인은 출시된 지 불과 6개월 만인 2011년 12월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하며 카카오톡을 추월했다. 2013년 1월 다운로드 1억건에 달했고 2014년 8월에는 5억건을 돌파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10억건을 넘어섰다.

매출도 2013년 343억엔(약 3700여억원)에서 지난해 1207억엔(약 1조3000여억원)으로 급증했다. 국내 인터넷 기업 중 해외에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은 라인이 처음이다.

○또다른 혁신이 필요한 네이버

라인이 상장하면서 네이버는 1조원이 넘는 현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는 라인을 통한 다양한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시장 진출, 해외 사업 확대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메신저 와츠앱, 중국 텐센트의 위챗 등 막강한 경쟁자들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해 1조원의 자금이 결코 넉넉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 3월 말 현재 와츠앱의 월 평균 사용자 수(MAU)는 10억명에 이르고, 위챗 역시 7억명을 돌파했다. 반면 라인 MAU는 2억1840만명에 불과하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라인의 일본 증시 상장은 해외 서비스 성공 경험이 일천한 국내 인터넷업계에서 보기 드문 성과”라면서도 “1등만 살아남는 글로벌 시장에서 라인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지금까지의 성과를 뛰어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원기/이호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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