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좀비기업'이 중국보다 많다는 한경연 보고서

입력 2016-06-12 17:14  

시가총액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지난해 매출이 2.25%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4개국의 경영 실적(2010~2015년)을 분석한 결과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건 금융위기 후 7년 만이다. 미국 일본 중국 기업은 매출이 증가했지만 한국 기업만 되레 쪼그라들었다. 총자산이익률(ROA)이나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도 가장 낮게 나타났다. 수익성이 6년간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국 알리바바나 텐센트, 미국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영업이익률이 30%가 넘는 기업도 국내선 찾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3년 연속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이 많다는 건 매우 충격적이다. 지난해 무려 70개(14%)에 이르렀다. 미국 한계기업(39개)의 1.8배, 일본(9개)의 7.7배나 된다. 좀비기업이 많다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경고까지 받은 중국도 2010~2015년 6년간 한계 기업은 평균 45.8개로 한국의 78.8개보다 오히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좀비기업은 전체 산업투자와 고용에 영향을 끼치고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의 부실을 키운다는 점에서 폐단이 매우 크다.

매출도 줄고 수익도 제대로 나지 않는 상황에서 좀비기업만 득실대고 있는 게 한국 기업의 현주소다. 지난주 IMF도 한국 경제는 구조적 역풍을 맞고 있으며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기업은 갈수록 찾기 힘들다.

당장 기업의 활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 방향도 역동적 기업들을 육성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저 좀비기업을 연명시키려고 해선 안 된다. 물론 이번 기회에 기업들도 제대로 바뀌어야 한다. 글로벌 수요 부족 등 외부 요인만 탓하지 말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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