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은행들은 최근 10년간 해외 진출 부문에서 의미 있는 질적 변화를 보였다. 지난해 기준 해외점포 총자산은 881억9000만달러로 은행계 자산의 4.8% 수준에 불과하지만, 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 점유비율은 19.3%로 급등했다.
그러나 해외 진출 전략 면에선 여전히 초기 시장진입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지점 위주의 진출 방식은 본점의 자본과 리스크를 기반으로, 국내 지점을 현지에 개설하고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경쟁하는 구조다. 서구의 3류 은행들도 뉴욕에 지점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점을 늘려 글로벌화에 성공했던 금융회사는 없다”고 단언한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은 국내 금융계에 많은 걸 시사한다. 지분투자와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진출 방식을 통해 현지 고객 기반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현지화 모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특정 국가에 대한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아 지역 편중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동남·동북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전반으로 해외 진출 스펙트럼을 넓혀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급할수록 더욱 기본에 충실한 해외 진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너무 늦거나, 무모하거나,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접근은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 비전의 틀 안에서 외연 확대가 은행 본체의 유기적 성장을 촉진하는 융합 시너지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해외 진출의 차별화된 수익모델과 안정적인 사업구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NH농협금융이 추구하는 국제화 전략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NH농협금융은 농산업에 특화된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궁샤오그룹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해 ‘경제·금융 패키지’ 방식의 중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 방대한 현지 계열사 간 내부시장을 갖고 있는 궁샤오그룹과 전략적 제휴 및 지분투자, 합자회사 설립을 통해 보험 소매금융 온라인금융 등 중국 역내 금융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필자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농업금융에 강점을 지니고, 위기에 강한 농협의 DNA를 확산시키는 성장 전략을 견지할 계획이다.
김용환 < NH농협금융지주 회장 yong1148@nonghyu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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