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자세가 돼 있지 않다.”
13일 열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비대위원인 오정근 건국대 교수가 이같이 비판하자 김영우 의원도 “중요한 것은 말로만 하는 반성이 아니라, 실천이 따라야 한다”고 거들었다. 지난 주말 워크숍 등을 열어 혁신 방안을 논의했지만 겉만 돌았다고 여론들이 일제히 비판하자 새누리당은 돌파구를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총선 패배를 수습하겠다며 가장 많이 내세운 단어는 ‘혁신’이다. 임시 당 지도부 이름도 ‘혁신비상대책위원회’라고 붙였지만 이에 걸맞게 실천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위가 당권을 잡았으나 구체적인 당 혁신 방안과 계파 해체 방법, 공천 파동 책임 등 예민한 주제들에 대해서는 논의를 피하거나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과천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 워크숍은 ‘계파 해체 방안 찾기’와 ‘정책 토의’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별실에서 중진의원들이 미처 조율하지 못한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에 몰두하면서 행사 취지가 퇴색했다. 당 혁신 방안과 계파 해체를 위한 구체적인 토의는 없었다. 대신 의원들은 워크숍 뒤 “계파 해체”를 건배사 삼아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돌렸을 뿐이다.
워크숍 이후 지난 주말에도 ‘상임위원장 감투 경쟁’은 이어졌다. 20대 국회 4년 임기 동안 새누리당에서 상임위원장을 경험할 수 있는 의원은 16명이다. 당내에는 3선 22명, 4선 2명 등 24명의 중진의원이 상임위원장 자리 경쟁에 나섰다.
이렇게 되자 정진석 원내대표는 “3, 4선이 모두 상임위원장 직을 한 번씩은 맡아야 한다”며 국회법에도 없는 근거를 들어 상임위원장 임기를 쪼갰다. 전반기 2년의 상임위원장 임기를 1년씩 나눠 전반기 1+1년, 후반기 2년 식으로 편법 조정했다.
이 때문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원회는 국회 4년 임기 동안 3명의 상임위원장을 거치게 됐다. 상임위를 이끌 정책 전문성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한 의원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과 민생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 쪽에서는 국민의 눈에 들겠다며 혁신을 외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자리 다툼을 벌여 당내에서조차 ‘아직 멀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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