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시장 '브렉시트 공포'] 한국 등 신흥국 투자심리 급랭…'안전자산' 일본 국채·엔화값만 급등

입력 2016-06-13 18:26  

아시아 증시 2~3%대 동반급락

외국인들 신흥국 탈출…선진국 국채 매입
코스피 이달 상승분 어제 하루 만에 반납



[ 김동욱/고은이 기자 ]
13일 한국 일본 중국 홍콩 주식시장이 크게 휘청였다. 코스피지수는 4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이달 반등장에서 쌓은 상승률을 하루 만에 반납했다. 글로벌 증시에서도 ‘브리티시 룰렛’으로 불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현실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나빠지고 있다.

◆신흥국 시장 또 흔들리나

이날 개장 때부터 급락세에 접어든 코스피지수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지수 낙폭(38.57포인트)은 중국 증시 급락 충격파가 미친 2월11일(56.25포인트) 이후 최대치였다. 이달 들어 전거래일까지의 코스피지수 상승분(34.23포인트)을 넘어서는 하락폭이었다. 코스닥지수도 11.20포인트(1.58%) 동반 급락하며 8거래일 만에 70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이 대량 순매도를 한 탓이 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467억원을 순매도하며 4월28일(2024억원 순매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2.49%) 한국전력(-3.06%) 현대자동차(-2.52%) SK하이닉스(-2.24%) 아모레퍼시픽(-2.73%)과 네이버(-3.19%) 등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내 종목이 모두 떨어졌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영국 현지 여론조사에 브렉시트 찬반 지지도가 박빙으로 나오면서 미국과 유럽 주요국 국채가격이 일제히 급등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두드러졌다”며 “반면 한국 등 신흥국 위험자산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3.33%) 대만(-2.05%) 중국(-3.21%) 홍콩(-2.52%) 등 다른 아시아 시장도 2~3%대 동반 급락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7원90전 상승한 1173원40전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3일(1183원60전) 이후 5거래일 만에 1170원대를 기록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 공조체제에 금이 가면서 유로화와 파운드화 약세, 달러화 강세를 예상한 투자자가 아시아 신흥국 등에서 비달러 자산 회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모처럼 오르나 싶더니…

한국 주식시장이 이달 들어 순항한 점도 ‘충격’ 강도가 세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0일까지 이달 코스피지수 상승률(1.73%)은 세계 53개국 중 8위였고, 지난주 상승률은 4위였다. 차익실현의 기회를 보던 투자자가 브렉시트를 빌미로 대거 매도에 나선 것이라?설명이다.

단기 상승장에서 ‘대장주’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았던 점도 하락장에선 ‘독’으로 작용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2.49% 하락한 137만1000원에 마감하며 140만원 선이 무너졌다. 5월24일 이후 코스피지수가 4.14% 상승하는 동안 1.7%포인트의 상승폭을 삼성전자 한 종목이 견인한 만큼 하락장에서 미치는 영향도 컸다.

증시 전문가들은 오는 23일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오기까진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신중한 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외국인 자금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신흥지수 편입여부(15일)와 미국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14~15일) 등 대형 변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투자자의 불안이 쉽사리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김동욱/고은이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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