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푼다지만…드론 택배 이미 늦었다"

입력 2016-06-13 18:31  

중국·일본에도 없는 이런 규제 없애라

인터뷰 홍세화 바이로봇 공동 창업자



[ 노경목 기자 ] 드론(무인항공기) 제조업체 바이로봇은 올해 말 개발될 예정인 산업용 드론을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처음 날린다. 거리 제한 등 드론 비행과 관련된 규제가 훨씬 적어서다. 지난 10일 경기 수원시에서 만난 홍세화 바이로봇 공동창업자(사진)는 “회사에 투자하기로 한 중국 기업이 언제쯤 드론 택배 서비스를 시험하기 위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지 자주 문의해 온다”며 “한국 정부가 드론 택배와 관련된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건 다행이지만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바이로봇은 조작자들이 상대의 드론을 가상으로 격추할 수 있는 ‘게임형 드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해당 제품인 ‘드론파이터’는 지난해 국내에서 1만7000대가 팔려 단일 모델로는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1년 바이로봇을 세운 홍 창업자는 “한국에서 택배용 드론을 실험하려면 먼저 정부의 계획에 따라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하고 다음 단계로 해당 서비스를 하겠다는 유통업체가 나타나야 한다”며 “중국은 이미 바이두 등이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한국보다 두 단계 앞서 있다”고 전했다.

중국 유통회사들은 드론 택배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드론 제조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바이로봇 등 한국 업체에 투자 제안을 해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홍 창업자는 드론과 같은 신산업에서는 정부 규제가 초반 승부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을 거듭하며 시행착오를 쌓아야 앞선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중국 드론 업체들은 한국 업체와 비교해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드론 관련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이다.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 날려서는 안 된다’는 등의 조건만 지키면 드론 운행에 제한이 없다. 드론 택배에 대한 규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홍 창업자는 “한국에서 어느 정도 매출을 쌓아야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을 텐데 한국은 시장이 작은 데다 규제환경도 뒤처져 여의치 않다”며 “DJI 등 중국 업체들은 이미 한국 시장의 90%를 장악했다”고 말했다.

홍 창업자는 그러나 한국 기업도 순발력 있게 대응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새롭게 열리는 시장인 만큼 이런저런 요구에 특화된 드론을 생산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바이로봇이 ‘게임형 드론’이라는 콘셉트를 정하고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거둔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 9개

드론 택배를 허용하기 위해 풀어야 하는 규제 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드론 택배 허용’을 지시했다. 이를 위해선 국토교통부 국방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3개 부처가 항공법 시행규칙, 주파수 고시, 항공촬영지침 등 총 9개 규정을 고쳐야 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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