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득세는 남편 클린턴 때문?

입력 2016-06-14 10:38   수정 2016-06-14 10:38



(박진우 국제부 기자)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은 저소득 백인 남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월스트리트 금융가의 고소득이 부당하며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이유에서 트럼프가 월스트리트 금융가와 이민자에게 ‘막말’을 할 수록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에 대한 이들의 지지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랑해온 20년 전 복지개혁의 의도치 않은 결과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빌 클린턴의 복지정책이 오히려 아내이자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해가 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빌 클린턴이 추진했던 복지개혁으로 인해 저소득층 백인 남성들의 생계가 더욱 막막해졌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소개했습니다. 1996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저소득층, 특히 ‘싱글맘’에 대한 근로조건부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빈곤가족 한시지원(TANF)’ 프로그램을 시행했습니다. 이 복지정책은 전문가들로부터 저소득층에 무조건 복지혜택을 주는 개념에서 나아가 일해야 복지를 주는 개념으로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하루 2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생계를 잇는 최저소득층이 두 배 鵑瓚막?늘어났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위스콘신-매디슨대 빈곤연구소의 링컨 그로브스 연구원은 1989~2002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빌 클린턴의 복지개혁으로 16~29세의 고졸이하 학력 백인 남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감소한 반면 같은 조건에 있는 싱글맘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크게 늘어났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가 사용한 계량경제학 모델에 따르면 싱글맘들의 경제활동이 10%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젊은 저학력 백인남성들의 경제활동은 3.7%포인트 줄었습니다. 실제 1994~2000년 싱글맘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8%에서 78%로 올랐습니다. 백인 외 남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이 개혁안으로 증가하지도, 감소하지도 않았습니다. 또 중년층의 남성 전체에서도 경제활동참가율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없는 비슷한 교육 수준의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유달리 젊은 싱글맘 여성과 젊은 백인 남성에게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로브스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부의 TANF 프로그램으로 싱글맘들이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 노동시장에 나섰고, 저학력 싱글맘들과 백인 남성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 임금이 하락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했습니다. 다른 계층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는 데 익숙해진 백인 남성들은 저임금을 견디지 못하고 노동시장을 떠났고, 20년이 흐른 지금 사회에 불만을 가진 그들이 이제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백인 남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이 지난 1960년대부터 설비 자동화와 노동조합 약화 등으로 일관되게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용시장이 전체 노동공급 증가분 뿐만 아니라 싱글맘의 경제활동참가 증가분을 상쇄할만큼 빠르게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일자리를 잃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연구에 대해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여성정책연구소의 헤이디 하트만 소장은 의미 있는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빌 클린턴의 복지개혁은 싱글맘을 취업시켜 그들의 아이들에게 더 나은 생계수준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모든 공공정책이 그렇듯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끝)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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