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원가절감 주력...삼성D 패널 물량 줄이고 저렴한 수입산 늘려
"개별 기업 간 가격 협상서 각자 유리한 가격 원하는 건 당연한 일"
[ 이진욱 기자 ]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가전사들이 소재 가격 인상분 적용을 놓고 철강사들과 지루한 힘겨루기를 지속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 포스코강판 등 가전용 컬러강판 제조사들은 최근 원자재인 열연강판(HR)과 용융아연도금강판(GI)의 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가전사들은 가격인상을 고려하지 않거나, 소폭 인상에 그치고 있어 철강사들은 수익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컬러강판은 주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측판, 도어에 적용된다.
에어컨, 세탁기 부품에 적용되는 아연도금재를 제조하는 포스코의 경우 최근 삼성전자와의 가격협상에서 t당 3만원 인상에 합의했다. 원재료인 열연 가격이 연초보다 t당 20만원 오른것에 비하면 포스코 입장에선 손해보는 장사지만, 물량 소진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만 철강사들을 대상으로 5~6번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철강사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삼성전자와 거래를 지속하는 것은 삼성전자 물량을 빼면 고정비 확보도 어렵기 때문이다. 가전용 컬러강판 제조사들 입장에선 삼성전자의 물량이 있어야 설비라도 가동시킬 수 있는 실정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가전사들의 무리한 원가절감 요구를 철강사들도 감당하기 어려워 도료업체 등 하공정업체들에게 전가해야 할 지경"이라며 "삼성전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건 어느새 불가능한 일이 돼버린 것 같다"고 푸념했다.
최근엔 삼성전자가 국내 컬러강판 제조사들과의 거래량을 줄이고 값싼 중국산을 늘리면서 철강업계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중국산 컬러강판 구매는 애초 LG전자가 시작했다. 수년전 중국으로부터 일부 물량을 구매하기 시작했지만, 당시 품질문제로 실제 적용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LG전자는 국산 철강재 위주로 구매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말부터 중국산 구매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도료업체들을 이용해 중국 컬러강판 업체들과 거래하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과거에도 철강업계를 난처하게 만든 적이 있다. 삼성전자가 영상가전에 적용되는 전기아연도금강판(EGI)을 플라스틱 사출제품인 레진으로 대체하면서 일부 철강업체들은 설비를 매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가전사와 철강사의 가격협상에 잡음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올 들어 강화된 가전사의 원가절감 정책을 꼽고 있다. 가전사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소재 가격부터 낮추고 있어 철강사들이 원하는 가격을 맞출 수가 없다는 것.
국내 가전업계는 올해 원가절감에 매진하고 있다. TV, 생활가전 등 주력 수출 제품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체마다 팔을 걷어부친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원가를 지난해보다 19.25% 낮추겠다는 목표로, 철강업계와의 가격 협상을 원가절감의 최대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같은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제품 구매까지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구입하는 패널량을 줄이고, 대만·중국산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3월 기준으로 삼성전자 TV에 패널을 공급하는 비중이 25.1%에 그쳤다. 이는 전년동월 대비 20.4%포인트 대폭 줄어든 것.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TV 10대 중 7대는 중국·대만 기업의 패널이 사용된 셈이다.
삼성전자가 올 1분기 깜짝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갤럭시S7'의 원가절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를 탓할 수도, 철강업게를 옹호할 수도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개별 기업 간 가격 협상에서 각자 유리한 가격을 원하는 건 당연하단 얘기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신시장 개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신경쓰는 부분이 원가절감"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글로벌 시장 공략이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철강업체 입장에선 삼성전자가 곱게 보이지 歌憫嗤?공급받는 입장에선 무조건 더 낮은 가격에 받고 싶은 게 당연하다"며 "기업은 이윤이 먼저다. 각자의 입장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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