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찾은 피해 협력사, 백마디 말보다 무거운 침묵

입력 2016-06-15 14:03  


'롯데홈쇼핑 협력사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제발 우리를 살려주세요.'

15일 오후 1시 서울 양평동 롯데홈쇼핑 본사 1층. 10명의 롯데홈쇼핑 협력사 대표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마스크를 쓰고 일렬로 서 피켓을 펼치기 시작했다. 각 대표들은 말을 아꼈지만 피켓에 쓰인 호소문은 백마디 말보다 무거웠다.

롯데홈쇼핑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날 오후 롯데홈쇼핑 본사를 방문해 협력사 구제대책 마련에 대한 공식입장을 요구하며 침묵 시위를 벌였다.

비대위는 현재 롯데홈쇼핑에 행정 소송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은 검찰이 그룹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행정소송을 진행하기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

이에 비대위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행정처분으로 인해 아무런 잘못이 없는 협력사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이날 1시간 가량 침묵 시위를 한 후 강현구 현 롯데홈쇼핑 사장과 면담을 할 계획이다. 당초 지난 10일 강 대표와 면담할 예정이었지만 불발되면서 침묵 시위에 나선 것이다.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정호 세양침대 대표이사는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사태가 해결돼야 사업이 가능해 항의 침묵시위를 하게 됐다"며 "강 대표에게 요구사항을 전한 후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롯데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현실적으로 행정 소송이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생존권이 걸려 있는 현재 상황에서 롯데홈쇼핑의 입장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미래부의 대체판로 확보 지원책과 관련, 다른 홈쇼핑업체로부터 납품 제안을 받았냐는 질문에 진 위원장은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

미래부는 지난달 27일 롯데홈쇼핑에 대해 9월28일부터 6개월간 황금시간대인 매일 오전·오후 8∼11시 6시간씩 영업을 정지하는 처분을 결정했다.

롯데홈쇼핑이 미래부의 행정소송을 진행하려면 영업정지 처분일로부터 90일 이내인 8월24일까지는 가처분 신청을 해야 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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