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느낀 영국인들의 분노

입력 2016-06-15 14:07   수정 2016-06-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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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영국 런던에 있는 공원인 하이드파크에 가면 스피커즈 코너(Speaker’s Corner)라는 장소가 있습니다. 누구든 발판을 가져다 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곳인데요. 이를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이 동조를 하거나 반박을 하면 즉석에서 치열한 토론이 일어납니다. 주제도 다양합니다. 정치나 경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종교 문제나 동성애 문제 같은 사회적 논쟁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이 장소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습니다. 말로 싸우되 절대 신체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주장일지라도 그 사람을 강제로 발판 위에서 끌어 내릴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서로 언성을 높이고 얼굴을 붉혀가며 토론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누구도 말리지 않는 ‘허가된 싸움’이기 때문이죠.

얼마 전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1시간 넘도록 여러 곳에서 펼쳐지는 토론의 향연을 즐겼는데요. 그 중 한 사람을 둘러싸고 일어난 뜨거운 토론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요구하는 영국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이민자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한 남성은 봄볜罐?런던에 살고 있는 파키스탄인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는 이슬람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다며 이슬람에 대한 분노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 ‘테러’등 여러 가지 문제를 놓고 이슬람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 때 갑자기 한 백인 남성이 뒤에서 크게 외쳤습니다. “너희 같은 아랍계나 인도계 이민자들한테 우리 일자리를 다 뺏겼다”

이 소리가 나오자마자 침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를 동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 자식들은 저런 애들 밑에서 일해야 할 걸” “파키스탄, 인도, 터키 뭐 할 것 없이 결국 우리만 힘들게 만드는 인간들이야” 등의 주장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갑자기 토론 주제가 종교 문제에서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로 옮겨갔습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더욱 격양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리에 있던 백인 남성들과 여성들은 “부자들이야 (교역하는) 문을 활짝 열면 좋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자리만 뺏기는 꼴”이라며 정부를 성토하고 이민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이 소리에 일부 사람은 “인종 차별 발언을 하지 말라”며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자리리에 있던 아랍계나 인도계 사람들이 인상을 쓰며 자리를 뜨기 시작했습니다. 한 백인은 그 모습을 보며 “너희 나라로 가 버려라”고 외쳤습니다.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영국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을 뉴스를 통해 접하다가 눈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던 기회였습니다.

런던 거리 곳곳에서는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집회와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습니다. 찬성론자들은 연일 일자리 문제를 거론하며 여론을 부채질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반대론자들은 “영국을 스스로 고립시키는 짓이다”며 거세게 반박합니다. 영국의 전·현직 총리들까지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수록 이민자 유입과 일자리 문제를 둘러싼 영국 사회의 내부적인 압력도 높아질 것입니다. 브렉시트 결정을 앞둔 영국 사회는 그날 하이드파크의 토론처럼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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