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저축은행 투자자, 원금 절반 돌려받는다

입력 2016-06-16 18:31  

2011년 저축은행 연쇄 영업정지후 후순위채 변제 첫 사례

고법, 후순위채 배상 판결
저축은행의 사기성 인정…기존보다 배상비율 2배 높아
저축은행 사건 줄줄이 진행중…파산재단에 따라 변제액 달라



[ 김인선 기자 ] 2011년 저축은행 사태(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에서 비롯된 영업정지)로 피해를 본 후순위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라는 확정 판결이 나왔다. 분식회계 등 경영 현황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 생긴 피해인 만큼 상당 부분 회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다른 저축은행 후순위채 투자자들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원, 저축은행 피해구제 첫 확정 판결

서울고등법원 민사12부(부장판사 임성근)는 삼화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 24명이 삼화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삼화저축은행은 청구한 17억여원의 70%인 12억여원을 배상하라”고 1심처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양측이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그동안 후순위채 피해자들이 금융당국의 분쟁 조정을 통해 받은 평균 배상비율(30%)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소송에 참가한 투자자 24명은 오는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투자금액의 절반 정도를 되찾게 됐다.

법원은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당시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삼화저축은행은 2009년 재무제표를 공시하며 350억원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아 실제로는 자기자본금이 270억원인데도 마치 628억원인 것처럼 허위로 기재했다”며 “발행사의 재무건전성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삼화저축은행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사기성 여부에 따라 배상액 달라질 듯

이번 판결로 소송 참가자들은 법원이 인정한 70%에 해당하는 채권에 대해 일반채권자와 같은 지위에서 변제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실제 받을 돈은 투자금의 절반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파산재단에서 정한 파산배당률(자산 처분을 통한 채무상환비율)을 적용한 뒤 손에 쥐는 돈이 실제 받을 금액이기 때문이다. 삼화저축은행의 파산배당률은 76% 수준이다.

예를 들어 삼화저축은행 후순위채에 6000만원을 투자한 김모씨는 기존에 받은 배당이자 765만원을 뺀 5235만원의 70%인 3664만원을 손해배상 채권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실제 돌려받는 돈은 원금의 51% 수준인 3060만원이다. 3664만원에 연 5%의 지연이자를 합한 금액에 파산배당률 76%를 적용한 금액이다.

법원에는 저축은행 관련 사건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성우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는 “삼화저축은행만 해도 사기성 행위가 드러나 비교적 높은 손해배상비율을 인정받았다”며 “부산저축은행 파산재단 등 부실 규모가 컸던 은행에 투자한 피해자들의 원금회수율은 훨씬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사태 후 금융분쟁 조정을 통해 후순위채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액의 20~40%를 파산채권으로 인정했다. 금융분쟁조정 당시 삼화는 파산 상태여서 금융분쟁조정 결정이 이뤄질 수 없었다.

■ 후순위채

채권 발행기업이 파산할 경우, 변제순위에서 일반 사채보다는 후순위로 밀려 변제받는 채권. 일반 사채보다 변제받지 못할 리스크가 큰 만큼 금리가 높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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