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용 기자 ] 지난 11일 오전 5시10분께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앞. 음주운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만취 상태로 보이는 운전자 김모씨(49)에게 차에서 나올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운전자는 자동차 문을 잠그고 저항했다.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햄버거를 먹기도 했다. 경찰은 운전자가 상식 밖의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호신용 경봉(삼단봉·사진)으로 차량 유리창을 깨기로 했다.
하지만 삼단봉으로 내리쳐도 유리창은 깨지지 않았다. 경찰관이 차량 위로 올라가 힘껏 내려치기도 해보고, 서너 명이 30분가량 삼단봉을 휘둘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사건이 찍힌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경찰 삼단봉의 효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태원 사건은 결국 저항을 포기한 김씨가 스스로 자동차 문을 열고 나오면서 일단락됐지만 2차 범죄를 막기 위해 차 유리창을 부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경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경찰 삼단봉은 길이 65㎝, 무게 300g의 알루미늄 합금 소재로 만들어졌다. 경찰 장비 제조업체 관계자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부 삼단봉은 차 유리창을 깰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지만 경찰 규격에 맞는 삼단봉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외 경찰이 사용하는 삼단봉과 비슷한 수준으로 규격 개선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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