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한국을 떠난다] 아버지는 베트남 부동산 탐방…아들은 중국 IT주 사냥

입력 2016-06-19 18:34  

(1) 해외자산 쓸어담는 개인 투자자

'박스피' 한국 시장에 신물…신흥국 베팅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가 따라하기'도 유행
개인 해외주식 거래 11조…1년새 133%↑



[ 김우섭/이현진 기자 ]
최영환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 이사는 지난달 일부 고객과 2박3일 일정의 베트남 하노이 부동산 투자 탐방을 다녀왔다. 성장성이 높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회사 프라이빗뱅커(PB) 등과 ‘투자 원정대’를 꾸려 해외를 도는 것이 자산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게 최 이사의 설명이다. 이들은 통상 목요일 오전 출발해 당일 점심부터 10여건의 미팅을 하고 하노이 시청 인근 아파트 등을 둘러본 뒤 토요일 저녁 한국에 돌아온다.

◆인터넷 세대도 가세

저금리·저성장·저수익률의 ‘3저(低)시대’를 맞이해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소 1억원 이상 투자해야 하는 해외 사모펀드의 설정액은 작년 말 34조2295억원에서 지난달 말 40조4403억원으로 6조2108억원 늘었다.

또 해외 주식 거래 상위 7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를 통해 해외 투자를 한 개인의 거래 규모는 2014년 4조6109억원에서 지난해 10조7672억원으로 133% 증가했다. 올해도 벌써 3조원(4월 말 2조9678억원) 이상의 주식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해외 주식 투자는 인터넷과 해외 자료 검색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도 인기다. 이들은 1990~2000년대 국내 주식 시장 호황기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기성세대만큼 높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중국 동영상 사이트 회사인 ‘유쿠투더우’ 주식예탁증서(ADR) 매매로 58.8%의 수익률을 올린 회사원 정대환 씨(36)가 대표적이다.

평소 유튜브로 동영상을 즐겨보던 정씨는 유쿠투더우가 중국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투자를 결정했다. 정씨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해 10월 이 회사의 지분을 전량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주당 27달러(매입 단가 17달러)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총 투자금의 70%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전보다 개인투자자가 해외 주식에 대한 정보를 얻을 통로도 늘었다. 전업 투자자인 이선규 씨(43)는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보유 내역을 꼼꼼히 살펴 본인의 포트폴리오에 반영한다. 이씨가 최근 테슬라모터스 주식을 매입한 것도 국민연금의 보유 목록에서 이를 발견한 뒤 국내외 뉴스와 보고서를 참고해 결정한 투자다. 이씨는 “개인이 해외 모든 기업 정보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관투자가의 결정을 유심히 들여다본다”고 귀띔했다.

◆현대차 -42% vs 테슬라 713%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 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대신 미국의 애플과 테슬라모터스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은 어떻게 달라질까. 애플의 주가는 2011년 6월24일 45.75달러에서 이달 17일 기준 95.33달러로 뛰었다. 5년간 108.37%의 수익률을 보인 것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67.37% 올랐다.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자동차업종은 그 차이가 더욱 심하다. 5년간 현대차 주가는 42.02% 빠졌지만 미국 자동차회사인 테슬라모터스 주가는 713.09% 올랐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은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업종 대표기업들에 대한 투자자의 눈길이 싸늘해지고 있다”며 “그 실망감이 해외주식 투자 증가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섣부른 해외 투자가 급증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보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기업 분석에도 익숙하지 않은 개인투자자가 목돈을 해외에 쏟아붓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금리 인하 등 우호적인 투자환경이 조성돼도 많은 사람이 점차 국내 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정말 심각한 문제”(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라는 진단이다.

김우섭/이현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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