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갈등 '활화산'] '송전탑 대란' 교훈 못 얻고…공무원 3명에 갈등관리 맡긴 정부

입력 2016-06-20 17:28  

전국이 갈등 '몸살'…컨트롤타워 안보인다

국조실장 주재 갈등점검협의회 2014년 폐지
국조실 갈등관리팀장도 3급에서 4급으로
만든다던 갈등조정위는 3년째 감감무소식



[ 김주완 기자 ]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절반 이상인 11개 지방자치단체에 사회적 파급력이 큰 갈등 현안이 떠다니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처럼 한국 사회를 덮칠 수 있는 갈등이다. 크게 터지기 전에 정부의 갈등 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년 동안 갈등만 커져

지난 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서 이필운 안양시장을 포함해 안양 시민 4000여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양교도소 이전 및 재건축 방안에 반대하기 위해 모였다. 안양교도소는 1963년 서울 마포교도소가 안양 호계동으로 이전해 53년 동안 운영되고 있다. 안양시와 법무부는 1999년부터 교도소 이전을 추진했지만 예상 후보지 주민들이 반발해 재건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2011년 교도소 이전 공약을 내세운 최대호 전 안양시장이 선출되면서 이전 논의가 다시 불거졌다. 이에 법무부는 소송을 제기해 2014년 대법원으로부터 “안양시는 법무부의 재건축 협의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승소 판결을 얻어냈지만 주민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관련 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해 안양교도소는 물론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와 서울소년원을 의왕시 왕곡동 법무타운으로 이전하고 법무타운 옆에는 정보기술(IT)벤처타운, 교정공무원 주택 등이 들어설 왕곡복합타운을 짓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의왕시민의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법무부는 다시 안양교도소 재건축을 택했다.


○이익 갈등에 전국 ‘몸살’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관리대책은 첫 단추도 제대로 못 끼우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부지를 공모 방식으로 선정한다는 내용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예고했다.

정부는 이달 17일 고준위 방폐장 관련 첫 공청회를 열었지만 원전 인근 주민이 반대해 파행으로 끝났다. 공청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원전 인근 지역인 영광 경주 고창 영덕 등의 주민과 시의회 의원 등 100여명이 “원전 지역에 고준위 방폐장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며 공청회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성남보호관찰소는 ‘혐오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에 16년째 임시 거처로 옮겨다니고 있다. 2000년 성남시 수정구 한 건물을 임차, 개소한 이후 청사를 신축해 이전하지 못했다. 문화재뺐?울산시는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법을 두고 2003년부터 대립하고 있다. 국보 제285호인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지역의 댐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문화재청과 식수 확보를 위해 댐이 필요하다는 울산시가 팽팽히 맞섰다. 2013년 가변형 임시 물막이(키네틱 댐)를 설치하는 해법을 찾았지만 지난달 최종 모형 실험이 실패하면서 논란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갈등 조정 기능은 전무

상당수 지자체가 갈등 현안에 휩싸여 있지만 중앙정부의 조정 기능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밀양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자 2013년 상시적인 협의조정기구 설치를 검토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조정위는 감감무소식이다.

갈등 현안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에서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인원은 갈등관리팀장과 사무관 두 명 등 총 세 명에 불과하다. 총괄하는 팀장의 직급도 4년 전 3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됐고 인원도 한 명 줄었다. 갈등 과제를 협의하는 국무조정실장 주재 갈등점검협의회도 2014년 폐지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갈등점검협의회를 현안점검회의로 확대해 매주 열고 있다”며 “갈등 관리 업무를 일부 하고 있는 국정상황과 직원까지 더하면 10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임동진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의 갈등 업무 직원이 세 명에 불과해 갈등 과제를 취합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갈등 관리를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신설하고 강력한 권한을 주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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