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하고 이상한 엄마가
실종된 딸 찾아나서면서 모성애 성취 과정 보여줘
[ 유재혁 기자 ] 표정이 심상찮다. 처절한 슬픔의 언저리에 광기마저 느껴진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비밀은 없다’(이경미 감독) 포스터에 새겨진 손예진(34)의 얼굴이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 보름 전 갑자기 중학생 딸이 실종된 정치인 종찬(김주혁 분)의 아내 연홍 역을 해냈다. 청순한 이미지와 함께 ‘멜로 퀸’으로 불리는 그는 이 영화에서 사랑과 집착, 분노와 광기마저 띠는 모성애를 연기한다.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와 다른 시선으로 연기했어요. 제게 자유를 준 영화예요. (나이를 먹을수록) 연기 열정을 더 키우는 게 쉽지 않은 법인데, 이번에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배역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손예진은 이번 역할에 대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배역이라고 했다. 그동안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을 조금씩이라도 담아냈지만, 이번 배역에는 실제 자신의 모습이 거의 없다고 했다.
“거의 미쳤으니까요. 전형적인 모성애는 아닙니다. 실종된 아이에게 집착하고, 광기로 치닫죠. 진짜 엄마라면 연홍처럼 실종된 아이의 공간에 가서 물건을 부술 수 없다고 한 주부 관객이 얘기하더군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처한 모성이라고 할까요. 모성 외에 다른 것도 많이 보여줄 겁니다.”
연홍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남편의 따귀를 때리고 침까지 뱉는다. 때리는 기술이 부족해 손바닥 아랫부분으로 상대방(김주혁)의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손예진은 “‘뻑’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때려 내 손이 아팠을 정도였다”며 “김주혁 씨도 굉장히 아팠을 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미안하더라”고 했다. 김주혁과는 두 번째 만남이라 마음이 편했단다. 멜로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8년 만에 호흡을 맞춘 것. ‘아내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찍었지만 이번에는 어둡고 센 감정끼리 부딪치며 촬영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영화는 전작 ‘해적’이나 ‘타워’ 등에 비하면 적극적인 상업영화는 아닙니다. 모든 사람의 사랑과 이해를 받는 작품도 아니고요. 감동과 메시지가 없고, 유쾌하지도 않아요.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절대적인 잣대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영화예요. 사람들이 각자 사는 지점에서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을 보여주니까요. 불완전하고 이상한 엄마가 딸을 찾아나서면서 모성애를 어떻게 성취해가는지 영화는 보여줍니다.”
그의 꿈은 늙은 뒤에도 동료들과 함께 연기하는 것이다. 배우는 선택 濱?직업인데, 동료 선후배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선배들의 연기를 몰입해서 봤는데 너무 멋졌어요. 그분들의 연륜과 경험은 감히 따라 할 수 없겠더라고요. 제가 그 나이가 되면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어느 순간, 내 얼굴이 지겹고 더 이상 연기를 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올까 걱정돼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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