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첫 홀서 시간다 꺾어
통산 5승중 3승이 연장승…슬럼프 우려 말끔히 씻어
전인지도 단독 3위 선전
[ 이관우 기자 ] ‘빨간 바지’ 김세영(23·미래에셋)이 연장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마이어클래식(총상금 200만달러)에서다.
김세영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의 블라이드필드CC(파71·6414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를 적어낸 김세영은 먼저 경기를 끝낸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 함께 연장전에 들어갔다. 승부는 18번홀(파4)에서 이어진 연장 첫홀에서 싱겁게 끝났다. 시간다는 3번 우드 티샷을 러프로 보내는 실수에 이어 두 번째 샷까지 그린을 훌쩍 넘기는 바람에 보기를 범했다.
김세영도 티샷을 러프에 보내긴 했다. 하지만 위기를 다루는 ‘특별함’이 달랐다. 두 번째 샷을 홀컵 왼쪽 1m에 붙이는 완벽한 아이언샷으로 버디를 뽑아냈다. 시간다와 달리 공을 그린 앞에 떨궈 굴리는 러닝 어프로치 방식을 쓴 것이다. 시즌 2승, LPGA 통산 5승째. 김세영은 지난 3월 JTBC파운더 봬탓【?시즌 첫 승을 따낸 이후 3개월간 우승권에서만 맴돌아 ‘슬럼프가 온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이번 우승으로 이런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렸다. 우승 상금은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다.
단독 3위로 최종일을 맞은 그는 이번에도 빨간 바지를 입었다. 대회 마지막날 해오던 습관 그대로였다. 그는 28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앞세워 버디 사냥을 시작했다. 파5홀인 5번, 8번, 11번에서 손쉽게 버디를 낚았다. 14번홀(파3)에서는 5m가 넘는 긴 버디 퍼팅을 홀컵에 꽂아 넣으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17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 긴 러프에 빠졌다. 하지만 정교한 로브샷(공을 높게 띄우는 샷)으로 홀컵에 공을 붙인 뒤 3m짜리 까다로운 파 퍼팅을 성공시키며 위기를 벗어났다. 18번홀(파4)에서 그는 파만 지켜도 일찌감치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왼쪽으로 당겨친 티샷이 나무에 맞아 거리를 손해 본 데 이어 두 번째 샷도 러프로 향하면서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이 실수는 그러나 LPGA투어 통산 연장전 전적을 3전 전승으로 만드는 ‘극적 장치’가 됐다. 그는 LPGA투어 5승 가운데 3승을 연장에서 수확했다. 김세영은 “순위표를 보지 못해 18번홀을 끝냈을 때 우승한 줄 알았다. 그때 이미 우승 세리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3라운드 공동 선두였던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15언더파 단독 3위로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발길을 돌렸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와 렉시 톰슨(미국)이 14언더파 공동 4위,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이 13언더파 6위에 올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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