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제3의 선택'] 부산-TK간 극한 대결 피한 '정치적 결정'…여야 "현명한 판단"

입력 2016-06-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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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수용 분위기

어느 지역 선택하든지 한쪽 민심은 돌아서
청와대·여당, 내년 대선 앞두고 상당한 부담 느꼈을 듯

정진석 "대승적 수용을"…김종인 "중립적인 결정"



[ 홍영식 / 장진모 기자 ]
정부가 21일 영남권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확장 쪽으로 결론을 낸 것은 부산과 TK(대구·경북) 지역 간 극단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권이 조성한 극단적인 대립구도 속에서 경제성을 앞세운 합리적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다.

가덕도가 탈락하면 부산 지역 민심이 돌아서면서 내년 대선을 앞둔 여권으로선 상당한 부담을 안는다. 반대로 경남 밀양이 떨어지면 TK 지역의 민심이 심상찮을 수 있다. 부산 지역 정치인들이 불복운동까지 예고하면서 정계 개편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자 청와대는 고심을 거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대결요인 된 신공항

입지 선정을 앞두고 청와대와 정부는 정치적인 고려를 배제하고 연구 용역을 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판단에 전적으로 맡겼다고 했다.

애초부터 정치적 요인을 완전히 배제한 결정을 하기엔 어려웠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ADPi 측도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했다고 인정했다. 부산과 TK 지역 정치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신공항 문제는 일찌감치 정치의 중심에 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두 지역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쳤다.

입지 선정 결과는 정치권에 후폭풍을 몰아치면서 정계 개편을 촉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각종 선거에서 고착화된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보수대연합’ 구도가 26년 만에 깨질 가능성도 대두됐다. 가덕도가 신공항 후보지에서 탈락할 땐 새누리당 내 부산 지역 비박(비박근혜)계와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지역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동서연대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정치권에서 나돌았다.

청와대가 이런 상황에서 가덕도와 밀양 가운데 한 지역을 선택하기에는 너무나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 때 새누리당 텃밭으로 여겼던 부산에서 야당이 5석을 가져갔다”며 “부산 민심이 흔들리고 있고, 탈락 지역의 성난 민심이 청와대로 향할 게 뻔한 데 대선을 앞두고 영남권 민심을 둘로 쪼개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긍정적”…영남의원 반발

청와대는 신공항 건설 백지화 발표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토교통부의 백지화 발표 1시간 전인 오후 2시 국무회의를 주재했지만 신공항?관련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이번 백지화 결정에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야는 중립적인 결정이라며 수용의 뜻을 나타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중·영도가 지역구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김해공항 확장이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최적의 방안”이라며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정부가 이것저것 다 고려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며 “비교적 중립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과 더민주 소속 부산·TK 의원들은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홍영식 선임기자/장진모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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