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SOS에 만능 해결사
이노션, 도미노피자 신제품 네이밍·포장법·마케팅 '올인원'
제일기획, 동서 '모카책방' 맡아
IT·컨설팅업체 시장 뛰어들어
업종 장벽 허물어지자 경쟁 치열
단순히 아이디어만 주지 않고 실행 전략·컨설팅까지 제공
[ 이수빈 기자 ] 도미노피자는 지난 4월 해산물과 큰 새우를 토핑으로 올린 피자를 개발했다. 이름이 문제였다.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마땅치 않았다. 도미노피자는 광고대행사 이노션에 도움을 청했다. 이노션은 피자에 들어가는 왕새우로 이름을 짓자며 ‘킹프론 씨푸드 피자’를 제안했다. 도미노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노션은 도미노피자의 광고 제작뿐 아니라 마케팅 아이디어와 네이밍, 포장 방법까지 컨설팅하고 있다.
제일기획과 TBWA도 자신들을 각각 ‘마케팅 솔루션 회사’와 ‘브랜드 솔루션 회사’라고 소개한다. 단순히 광고 아이디어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마케팅과 관련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얘기다. 마케팅의 마지막 단계인 광고 제작과 홍보를 주로 하던 광고대행사들이 제품과 이벤트에 대한 종합 컨설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기업 고민 컨설팅까지
TBWA코리아는 한국오츠카제약의 남성 화장품 브랜드 우르오스의 마케팅 전략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짰다. 2013년 TBWA는 남성들의 생활 습관부터 조사했다. 한국 남성의 평균 샤워 시간은 15분 미만, 평균 화장품 보유 개수는 두 개였다. 남성들에게 화장품을 바르는 것은 ‘귀찮은 일’이라는 게 핵심 아이디어가 됐다. 2014년 ‘남자를 바꾸려 하지 말고 화장품을 바꿔라’는 캠페인 슬로건을 내세웠다. 우르오스를 ‘복잡한 기존 화장품과 달리 한 번에 바를 수 있는 올인원 제품’으로 포지셔닝했다. 소비자의 반응은 좋았다. 우르오스는 2014년, 2015년 2년 연속 매출이 250%씩 증가했다. 작년에는 드럭스토어 올리브영과 왓슨스에서 남성 화장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으로 꼽혔다.
동서식품은 지난 4월6일부터 두 달간 서울 성수동에서 북카페 ‘모카책방’을 운영했다. 책방에 책 7000권을 비치하고 맥심 모카골드를 무료로 제공해 방문객이 책과 함께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책방 2층에는 ‘낭독의 테이블’을 설치해 매일 2~3회 방문객과 시, 소설, 에세이 등의 작품 낭독회를 열었다. 모카책방에는 두 달 동안 총 5만6000여명이 방문했다. 이 행사는 제일기획이 기획했다. 제일기획은 북카페 디자인부터 설치, 운영 등을 모두 맡았다.
◆디지털 매체 떠오르면서 변화
광고업계에 이런 변화가 생긴 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광고주들은 광고업체를 거치지 않고 페이스북 등 디지털 매체와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정보기술(IT)업체와 컨설팅업체들까지 광고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업종 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광고업체들이 광고주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업종의 경계가 무너졌다.
이상규 TBWA코리아 수석국장은 “광고업체들은 단순히 아이디어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광고가 매출을 늘려준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컨설팅에서 전략 실행까지 모두 해결하려고 나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디지털 매체가 등장하면서 광고주의 시각도 변했다. 김정아 이노션 총괄크리에이티브디렉터(ECD)는 “예전에는 기업이 결정한 제품 특성을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광고주가 많았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분석해 제품을 내놓기 때문에 기업이 광고 회사에 자문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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