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바셋서 적금가입에 '데이터 이자'까지…진화하는 은행

입력 2016-06-22 09:07  



(김은정 금융부 기자) 커피숍에서 금융 상담을 받고, 도넛 가게서 적금상품에 가입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습니다. 은행들이 유통·통신·음식료 등 업종 구분 없이 영업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들과 앞다퉈 제휴하고 있어서지요. 한국은행이 이달 초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낮추는 등 초저금리가 계속된 영향이 큽니다.

단순히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이 줄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서만은 아닙니다. 예전처럼 금리를 앞세운 금융상품 마케팅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관심을 집중시킬 만한 새로운 영업 방식과 아이템이 필요해진 겁니다.

채널 다양화 측면에서는 우리은행의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우리은행은 크리스피크림도넛과 함께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합작 점포를 냈습니다.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과 결합한 ‘베이커리 인 브랜치’ 점포입니다. 전체 60평 규모의 매장을 도넛 판매와 은행 업무, 은행 고객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구성한 겁니다.

칸막이를 설치해 독립적인 공간에서 금융 업무를 보면서 은행 직원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죠. 중소기업 대출 등 기업 관련 업무를 빼면 일반 소비자들은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답니다. 영업 시간도 일반 영업점과는 다릅니다. 쇼핑몰 이용 시간에 맞춰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죠.

앞서 우리은행은 커피숍과 영업점을 결합한 합작 점포도 선보였습니다. 금융권 최초로 시도한 사례였죠. 고급 커피 전문점인 폴바셋과 함께 동부이촌동지점을 ‘카페 인 브랜치’ 형태로 낸 겁니다. 영업점 일부가 까페로 구성돼 공간 활용도를 높인 게 특징입니다. 은행 업무가 필요없는 소비자들도 영업점에 들러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건 물론입니다.

‘소비자들이 영업점을 들러 금융 업무는 하지않고 커피를 마시거나 도넛만 먹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은행이 접촉할 수 있는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잠재적 주거래 이용자를 늘리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거든요.

실제 우리은행과 폴바셋의 합작 점포를 봐도 영업점을 방문하는 소비자 수가 종전 대비 1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종 업종과 제휴를 통한 새로운 영업점 모델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국내 은행의 점포 수는 2012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거든요. 스마트뱅킹 등으로 인해 영업점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감소한 영향입니다.

영업점 뿐만이 아닙니다. 금융상품에서도 이종 업종과 제휴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랍니다. 국민은행은 이달 초 LG유플러스와 제휴해 매월 4세대 이동통신(LTE) 데이터를 제공하는 ‘KB U+원통장’을 내놨습니다. LG유플러스 통신요금을 낼 때 LTE 데이터와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고, 인터넷TV(IPTV) 주문형 비디오(VOD) 이용권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죠.

신한은행도 SK텔레콤과 제휴를 통해 통신비를 자동 이체하면 우대금리를 주고, ‘데이터 이자’를 주는 금융상품을 출시했고요.

최근 은행들은 이중고, 아니 삼중고를 토로하고 있습니다. 저성장·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부담 그리고 핀테크(금융+기술) 확산에 따라 좁아지는 입지 등이 그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이종 업종과 협업을 통해 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는 겁니다. 앞으로 은행 영업점과 금융상품이 어떤 형태로 진화할 지 기대해봅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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