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팔아 조달한 자금
위험관리 위해 운용내역 파악
주식 0.5% 10억 공매도땐 보고
펀드의 ETF 투자제한도 완화
[ 안상미/이유정 기자 ] 내년부터는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판매로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관리·운용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파생결합상품을 통한 조달 자금을 증권사 고유자산과 구분해 관리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한 데 따른 것이다. 오는 30일부터는 특정 주식을 0.5% 이상 또는 10억원 이상 공매도하는 개인이나 기관은 금융감독원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규정 개정안들이 30일부터 시행된다고 23일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사항은 내년 1월부터 ELS,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원유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결합상품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증권사의 다른 재산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증권사들이 ELS 등을 팔아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알 수 없다. 특정 상품에 헤지(위험회피)가 몰려있으면 특정 조건에서 손실 위험이 급증할 수 있지만 위험관리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번 개정으로 증권사는 관련 자금을 구분 관리하기 위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매분기 업무보고서를 통해 보고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또 투자자들이 증권사의 자체 헤지에 따른 손실 규모를 가늠할 수 있도록 ‘운용자산의 평가금액’ 항목을 공시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오는 30일부터는 특정 주식의 0.5% 이상이나 10억원 이상 공매도 시 3영업일 이후 매도자의 신원과 종목, 금액 등을 금융감독원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다음, 주가 하락 이후 싼 값에 해당 주식을 매입해 빌린 주식을 갚는 과정에서 차익을 얻는 매매 방식이다. 이 보고 및 공시 규정을 위반하면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했다. 한국거래소는 종목별 공매도 잔액정보를 투자참고지표 형태로 투자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이형주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공매도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매도와 관련된 정보를 투자자에게 충실히 제공할 수 있도록 공매도 잔액 보고·공시제도를 정비했다”고 말했다.
전문투자자 범위도 확대된다. 개인은 ‘금융투자상품 잔액 50억원 이상’에서 ‘금융투자상품 잔액 5억원, 연 소득 1억원 또는 총자산 10억원 이상’으로, 외부감사대상 법인은 ‘금융투자상품 100억원 이상’에서 ‘금융투자상품 50억원 이상’으로 요건이 낮아진다. 전문성이 있는 투자자들이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하에 손쉽게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하고, 다양한 상품 개발과 판매가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펀드의 ETF 투자 제한도 30일부터 완화된다. 펀드가 ETF 발행 증권 총수의 20%까지만 투자할 수 있던 것을 50%까지 투자할 수 있다.
또 자산총액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는 펀드 범위에 채권형 ETF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ETF기초지수 요건과 해외 ETF의 국내 상장요건 등도 완화해 다양한 ETF 상품들이 나올 전망이다.
안상미/이유정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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