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리츠 활성화 대책 내놨지만
"기재부 영역이라…" 세혜택 빠져
[ 이해성 기자 ] “부동산 하면 늘 떴다방, 불법전매, 다운계약서만 생각나서 되겠습니까. 리츠(REITs)가 활성화돼야….”
리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권대철 토지정책관은 23일 이렇게 말했다. 리츠는 주식회사 형태로 다수의 투자자 자금을 모아 주택·상가·오피스·물류 등 여러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돌려주는 간접투자회사다. 지난 4월 기준 국내에선 131개 리츠가 운용 중이다. 지난해 이들 리츠 평균 배당 수익률은 8.1%로 전년보다 1.9%포인트 높아졌다. 자산 규모는 2010년 7조6000억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18조원에 달했다.
얼핏 보면 리츠산업이 순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무늬만 리츠일 뿐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받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투자하는 진정한 리츠는 거의 없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먼저 131개 리츠 가운데 공모형(상장) 리츠는 단 세 개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사모다. 또 한 개 리츠가 한 개 부동산에 투자하는 ‘1물 1사’ 형태 리츠가 80% 이상이다. 18조원 가운데 투자 비중도 오피스가 절반가량으로 편중돼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일반 국민의 건전한 부동산 투자 기회’를 확대하겠다며 리츠 경쟁력 제고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정작 핵심인 세제 혜택은 빠져있었다. 국토부가 아닌 기획재정부 소관 사안이기 때문이다. 2011년 일부 리츠의 주가조작·횡령 등으로 인해 당국 불신이 커진 것도 리츠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토부는 선진국 사례를 들어 상장 리츠에 한해서는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시각이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상장 리츠 216개, 총자산 9074억달러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93년 도입한 ‘양도세 과세이연’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리츠가 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 건물을 현물로 출자할 때 양도세를 물리지 않고 추후 실제 자금 유입 시 과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00년 1387억달러이던 미국 리츠시장 규모는 15년 만에 여섯 배 이상으로 커졌다는 설명이다. 주주가 100명 이상인 상장 리츠는 법인세 면제 혜택도 주고 있다.
1960년대부터 리츠를 운용해 온 미국과 2001년 리츠를 도입한 한국 시장은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 투자법인과 형평성도 문제다. 기재부 경제정책국 부동산정책팀 관계자는 “과세 원칙에 부합하는지 (국토부 요청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기재부를 설득하는 중이다.
권 정책관은 “부동산 자금 물꼬를 투명한 방향으로 틀고 관련 산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상장 리츠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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