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됐던 '장애물 평가'보다 지역경제 영향·비용이 당락
[ 백승현 기자 ] 영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정부의 타당성 조사 용역의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나섰고 부산과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자체적으로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영남권 지자체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이유는 용역기관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내놓은 각 후보지에 대한 평가 점수가 예상과 큰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ADPi는 1000점 만점의 용역 평가표를 발표하며 김해 818점, 밀양 683점, 가덕도 634점을 줬다. 2위 밀양과 3위 가덕도의 차이는 49점에 그친 데 비해 1위와 2위의 점수 차는 135점에 달했다. 부산지역의 한 기업인은 “이 정도 점수 차이라면 김해공항을 미리 선정해놓고 나머지 두 곳을 들러리로 세운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ADPi가 내놓은 평가항목 및 배점을 보면 그동안 논란의 핵심이던 ‘고정장애물’과 ‘항공학적 검토’ 즉, 산을 얼마나 깎아야 하는지와 비행 기술로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DPi는 △공항 운영성 △성장 가능성 △접근성 △사회·환경 영향 △환경성 △사업비 △실현 가능성 등 7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다. 장애물과 안개일수, 조류충돌 위험 등을 포함한 공항 운영성에 가장 큰 배점(300점)을 뒀지만 김해와 밀양의 차이는 32점에 불과했다.
당락을 가른 승부처는 소음과 지역경제 영향을 평가한 사회·환경 평가(230점)였다. 김해는 194점으로 밀양보다 39점 높았다. 환경 훼손 우려 평가에서도 김해가 밀양·가덕도보다 20점이나 높았다. ‘김해공항 기능 유지’(40점) 평가 항목도 있었다. ADPi가 처음부터 김해공항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009년에는 김해공항 울타리 바깥의 땅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다”며 “이번에 ADPi가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비용 절감 측면은 물론 모든 분야에서 김해공항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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