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공부합시다] 신기술과 대체재의 등장으로 석유가격이 출렁인다고?

입력 2016-06-24 17:20   수정 2016-06-24 17:31

(1) 국제 유가와 수요·공급 곡선 이동


[ 고기완 기자 ] ‘테샛공부합시다’ 지면이 이번 주부터 조금 달라집니다. 학생들이 테샛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테샛 기출문제와 연관된 경제이슈를 통계와 그래프를 중심으로 자세히 해설해 드립니다. 이번 첫 시간엔 국제원유 가격의 추이와 공급·수요 곡선의 변화, 대체재의 등장, 기술개발의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국제 원유(crude oil) 가격도 다른 재화,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그래프1>은 1980년 이후 국제 유가(油價) 흐름을 한눈에 보여준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유가가 크게 출렁거렸다. 그래프상 A는 북유럽 쪽 북해(北海) 쪽에서 석유가 발견된 때 나타났던 유가 하락이다.

이전에 국제 기름값을 쥐락펴락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이 아니라 북해 산유국이 생겨나 석유 공급이 늘었던 것이다. 공급 요인이 작동한 가격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B지점인 1991년께 석유 생산이 급격히 급증하면서 또 한 차례 가격이 급락했다. 역시 공급 요인이었다. 1990년대 후반인 C지점을 보면 아시아 외환위기 때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가격이 내렸고, 이후 유가가 급등했다.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진 D지점에서 수요 급감으로 유가는 또 한 차례 출렁거렸으나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20달러 때로 고공행진을 했다. 하지만 E지점에서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 유가가 폭락했다. 산유국들이 석유생산을 늘렸으나 세계 경제가 급랭하면서 수요가 곤두박질친 때문이었다. 이후 유가는 반등하는 듯했으나 ‘셰일오일’이라는 강력한 석유 대체재가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로 다시 주저앉았다.

셰일오일의 등장은 신기술 개발로 가능했다. 지하 3000m 셰일층에 들어 있는 기름을 끄집어내는 새로운 기술이 미국에서 상용화된 결과였다. 셰일오일의 가격은 기존 석유 가격의 10분의 1 정도로 낮았다. 미국은 중동에서 수입하지 않고 셰일가스로 자체 수요 충족에 나섰다. 이로 인해 미국 물량이 남아돌게 된 중동석유 가격은 폭락을 면치 못했다. 새로운 기술과 대체재의 등장은 공급곡선을 우하향시켰다. 원유 가격이 이렇게 떨어지자 OPEC 회원 산유국들은 싸게라도 더 많이 팔겠다며 석유 공급을 줄이지 않고 있다. 치킨게임인 셈이다. 중동 국가들과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은 국제 유가 폭락으로 원유 생산원가도 못 거둬들이는 신세가 됐다. 유가와 가스 가격 급락으로 원유수출에 의존해온 베네수엘라 경제는 파탄 났고, 러시아는 가스가격 폭락으로 서방의 눈치를 보게 되는 신세가 됐다. 중동 국가들도 미국의 수입 감소로 큰 타격을 받고 獵?

<그래프2>는 원유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 수요와 공급 요인으로 어떻게 변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공급곡선은 S0에서 S1, S2로 변했다. 공급곡선 자체를 1차로 우하향시킨 것은 셰일혁명이었다. 새로운 기술로 셰일을 퍼올리면서 원유 공급 곡선이 이동했다. 셰일혁명 이후 산유국들이 자국 이익을 내세워 경쟁적으로 원유를 생산하자 공급곡선은 또다시 S2로 우하향했다. 경제학 원론에서 배운 그대로다.

수요곡선도 최근 D0에서 D1으로 내려앉았다. 세계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저성장 장기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 가능성으로 불안한 상태다. 미국, 일본, 유럽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고(양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얼어붙은 경기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불경기의 골이 깊어지면 석유 수요도 줄게 돼 있다. 균형가격이 P1~P3로 춤을 추는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유가 하락 원인 중 공급요인이 65%, 수요요인이 35%라고 분석한 적이 있다. 세계은행은 공급 60%, 수요 40%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석유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셰일오일과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과 수소차 등의 등장으로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낮아질 가능성은 높다. 석탄이 석유에 자리를 빼앗겼듯이 석유도 다른 에너지에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럴 경우 석유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원유의 종류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원유는 크게 세 가지다.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다. WTI는 미국 서부텍사스 원유를 말한다. ‘West Texas Intermediate’라고 한다. 브렌트유는 영국과 유럽 대륙 사이에 있는 북해산 원유를 말한다. 중동에서 나오는 것이 두바이유다. 한국은 이 중 두바이유를 가장 많이 수입해 쓴다. 수입원유 중 거의 80%에 달한다.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속한 지역이지만 꼭 UAE 석유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두바이유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산이 절반을 차지한다. 이외 셰일오일은 기술력을 갖춘 미국에서만 나오고 있다. 셰일오일의 생산원가가 추가 기술개발로 더 떨어지면 국제 유가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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