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페 '경기병 서곡' 등 박진감 넘치는 클래식부터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 친근한 푸치니 아리아까지…
'얼의 무궁' 대미 장식…700여 군인·가족 기립 박수
[ 김희경 기자 ]
6·25전쟁 발발 66주년을 맞은 지난 25일, 육·해·공 3군 통합기지인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 군인을 위한 응원과 희망의 클래식 향연이 펼쳐졌다.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한경필)의 호국보훈콘서트였다. 마에스트로 금난새 음악감독이 이끄는 한경필은 ‘강한 군, 멋진 군, 최고 군-대한민국 국군을 응원합니다!’를 주제로 힘차고 경쾌한 클래식 선율을 선사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700여명의 장병과 군인 가족들은 공연 내내 뜨거운 환호성과 박수를 쏟아냈다.
○희망의 클래식부터 아리아까지
서막은 프란츠 폰 주페의 ‘경기병 서곡’으로 열었다. 먼저 트럼펫과 호른 연주로 가벼우면서도 빠른 발걸음으로 진군하는 경기병의 모습을 표현했다. 중간부를 지나자 현악기 선율이 차분하고 조용하게 흘렀다. 사고를 당한 전우에 대한 애달픈 마음이 담긴 이 멜로디에 객석은 잠시 숙연해졌다. 이어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열기는 다시 뜨거워졌다. 웅장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연주에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국군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친근한 아리아도 선보였다. 테너 이재욱은 자코모 푸치니의 명곡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들려줬다. 익숙한 멜로디에 관객들은 일부 구절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 감미로우면서도 짙은 목소리의 노래가 끝나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소프라노 강혜정은 샤를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빠르고 감각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줄리엣의 왈츠’를 불렀다. 통통 튀는 듯 익살스러운 멜로디와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고음에 관객들은 ‘브라보’를 연신 외쳤다.
대미는 작곡가 이성환이 편곡한 ‘얼의 무궁’이 화려하게 장식했다. ‘동심초’ ‘그리운 금강산’ ‘아리랑’ ‘코리아 환타지’ 등 네 개의 가곡을 편곡한 작품이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한, 희망까지 모두 담긴 연주에 일부 관객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코리아 환타지’가 흘러나올 땐 모든 관객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금난새 “3군 위해 연주한 건 처음”
이날 음악회는 계룡대 3군본부와 한국경제신문사 주최, 한경필과 공군본부 주관, IBK기업은행 후원으로 열렸다. 금 음악감독은 지휘를 시작하며 “그동안 많은 연주를 해왔지만 육·해·공 3군 모두를 위해 무대에 오른 건 처음”이라며 “밤낮으로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이 음악회가 큰 힘과 용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경필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마련한 첫 콘서트였다.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은 “한경은 우리 군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언론사로서 2012년 1월부터 국방부와 함께 ‘1사1병영’ 캠페인 등을 해왔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장병들이 보다 기운을 내고 나라 사랑의 마음을 되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정경두 공군 참모총장과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 정호섭 해군 참모총장 등 3군 수뇌부는 이날 장병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3군 총장과 박창명 병무청장은 공연 내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장 총장은 프란츠 폰 주페의 ‘경기병 서곡’이 연주되자 손으로 리듬을 맞추기도 했다.
장병들도 감동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김재겸 공군본부 하사는 “공연을 통해 큰 힘을 얻었다”며 “이 기운으로 대한민국 수호라는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공군 군악대 송현호 병장도 “기대했던 만큼 재미있는 공연이었다”며 “힘든 군 생활에서 ‘힐링’이 됐다”고 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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