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현, 4타 뒤지다 버디 잡고 연장전 돌입
연장 첫홀 '천금의 버디'…KLPGA 통산 2승
[ 최진석 기자 ] 경기 안산시 대부도 아일랜드CC(파72·6522야드)에서 26일 열린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6’(총상금 7억원) 대회 최종 4라운드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아마추어 최강 성은정(17·금호중앙여고)은 마지막 18번홀(파5)까지 3타 차 선두를 유지하다 마지막 순간에 충격의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깜짝 선두권에 올라선 투어 2년차 최은우(21·볼빅), 통산 1승의 ‘미녀 골퍼’ 오지현(20·KB금융그룹)과 함께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결국 우승은 이날 결정적인 버디 찬스를 여섯 번이나 놓친 오지현에게 들아갔다. 오지현은 연장 라운드를 포함해 18번홀에서 두 번 연속 버디를 잡으며 역전 우승해 ‘아일랜드 퀸’ 자리에 올랐다.
○아무도 예상 못한 승부
우승 가능성은 성은정이 가장 높았다. 그는 1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2위는 10언더파를 친 ‘달랏앳의 여왕’ 조정민(22·문영그룹). 그 뒤로 전년도 이 대회 준우승자 하민송(20·롯데), 오지현 등이 9언더파 공동 3위로 선두 추격을 시작했다.
성은정은 이날 1~6번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7번홀(파4)에선 보기를 범했다. 그 사이 최은우와 오지현은 보기 없이 버디를 2개, 1개씩 잡으며 성은정과의 격차를 좁혀와 세 명이 모두 공동 선두가 되기도 했다. 이때까지는 성은정이 흔들리지 않았다. 8, 9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다시 단독 선두로 치고나갔다. 이어 12번홀(파3)에서 4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13언더파로 도망갔다.
이변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일어났다. 2위와 3타 차 선두를 달리던 성은정이 갑자기 심하게 흔들렸다. 드라이버샷이 OB(아웃오브바운즈)가 됐고,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이 왼쪽 러프로, 네 번째 샷은 오른쪽 긴 풀숲으로 들어갔다. 여섯 번째 샷으로 그린 위에 공을 올린 성은정은 5m짜리 퍼팅에 실패했다. 트리플 보기 참사를 겪은 그는 10언더파 278타로 내려왔고 먼저 경기를 마친 최은우와의 연장 돌입이 확정됐다. 이어 18번홀에서 성은정의 퍼팅을 지켜본 뒤 버디를 잡은 오지현도 연장전에 뒤늦게 합류했다. 결국 연장전에서 오지현은 침착하게 4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통산 2승을 수확했다. 우승 상금은 1억4000만원.
○“기다려라, 기회는 온다”
오지현의 이날 경기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샷 감각은 좋았으나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았다. 9언더파로 4라운드를 시작한 오지현은 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뒤 17번홀(파4)까지 침묵했다. 4번홀(파5)에서 1m짜리 버디 찬스를 놓쳤고, 6번홀(파5)에선 공이 홀컵을 스쳐 지나갔다. 연이은 버디 실패로 오지현은 더욱 작아졌다. 8번홀(파3)에선 1.5m, 9번홀(파4)에선 80㎝짜리 퍼팅을 놓쳤다. 11번홀(파5), 12번홀(파3)에서도 3~4m짜리 버디 기회를 파로 마무리했다. 심지어 16번홀(파4)에선 티샷부터 흔들리며 위기를 맞았고 보기로 겨우 막았다.
낙심한 오지현에게 결정적인 힘을 준 건 이날 캐디백을 멘 아버지의 한마디였다. “기다려라. 기회는 온다.” 결국 오지현은 마지막 18번홀에서 3m짜리 버디를 극적으로 성공시키며 연장전에 합류했다. 연장전에서도 침착하게 컵 4m 지점에 공을 올린 오지현은 파로 마무리한 성은정, 최은우를 뒤로 하고 또다시 버디를 성공시켰다.
○‘아마 괴물’ 성은정의 발견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여자골프계는 성은정이라는 ‘괴물급’ 선수를 발견했다. 키 174㎝의 탄탄한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장타 등 성은정은 ‘스타급 선수’가 되기 위한 조건을 모두 갖췄다. 그는 2012년 중학교 2학년 때 KLPGA 회장배 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통합우승, 2015 US여자 주니어골프선수권 우승, 지난해 KDB대우증권 클래식 준우승 등을 거두며 실력을 증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나흘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고,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공동 2위에 올랐다.
아일랜드CC=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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