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이전·투자 축소 등 대책 마련 분주
JP모간·HSBC은행 "수천명 해고 불가피"
[ 임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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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인구가 5억800만명으로 미국, 중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꼽힌다. 이런 EU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관문으로 영국을 택한 기업들이 지난 24일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로 결론 난 국민투표 결과로 충격에 빠졌다. 영국계 다국적 보험사인 리걸앤드제너럴의 나이겔 윌슨 최고경영자(CEO)는 “충격이 너무 커서 현실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기업들은 공장 및 법인의 영국 밖 이전, 투자 축소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미국 물류회사 세코의 마크 화이트 최고상업책임자(CCO)는 “물류기지 일부를 영국에서 유럽 대륙으로 옮겨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벌써 거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브렉시트로 영국과 EU 간 자유로운 물류 이동이 가로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 가장 큰 타격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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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은 영국에서 80만명을 고용하고, 영국 전체 수출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롤스로이스와 미니를 인수한 독일 BMW,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한 인도 타타자동차 등이 영국 생산 공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차를 생산하면 무관세로 EU에 수출할 수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영국에 공장을 세운 이유다. 도요타자동차는 영국 중부 더비 공장에서 연간 19만대를 생산해 이 중 75% 정도를 EU로 수출한다. 닛산과 혼다도 각각 영국 선덜랜드와 스윈던에 공장을 두고 있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EU로의 수출 제품에 관세 10%를 물어야 한다.
영국에서 1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 포드자동차는 “유럽에서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 주가는 브렉시트가 결정난 지난 24일 뉴욕증시에서 6.6% 하락했다. BMW는 “당장 롤스로이스와 미니 공장을 이전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유럽 판매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OTRA 런던무역관은 도요타와 닛산도 유럽지역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26일 진단했다.
○유럽 내 공급망과 단절 우려
여객기 제조회사 에어버스는 국민투표 전 웨일스에 있는 공장을 프랑스로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어버스는 영국에서 1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에어버스는 비행기 날개를 만드는 영국 공장을 비롯해 각각의 부품을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 분산해 생산하고 있다”며 “영국과 EU 간 물자와 사람이 자유롭게 오가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유럽 내 부품 공급망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국민투표가 끝난 뒤 “당장 공장을 옮길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영국 공장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덤프트럭 등을 생산하는 미국 캐터필러도 공급망 문제 때문에 영국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폴 드레슐러 영국산업협회(CBI) 회장은 “EU가 지난 25년간 단일시장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기업들은 유럽 전역에 걸쳐 촘촘한 공급망을 구축해놨다”며 “브렉시트는 여기에 갑자기 칸막이를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CBI 소속 약 19만개 기업 회원의 80%는 브렉시트에 반대해 왔다.
JP모간은 브렉시트 시 런던에서 최대 4000명을 해고하고, HSBC은행은 최대 1000명을 파리로 옮길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금융회사들도 영국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이 EU 안에 있을 땐 ‘동일인 원칙’을 적용받아 금융사가 영국 한 곳에만 법인을 세우면 유럽 전역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여러 나라에 법인을 세울 필요 없어 비용을 아낄 수 있었지만 이제 불가능해졌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게이단렌 회장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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