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필력으로 매주 끙끙거리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펜을 들게 됐다. 가슴마저 텅 비워낸 허수아비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긍정의 에너지를 배가시키는 촉촉한 메시지를 전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가계든 기업이든 일상의 삶이 팍팍한 것만큼 힘들고 지치게 하는 것이 없다. 내수 및 수출 경제 부진 등으로 기업은 구조조정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가정경제의 경우 장기간 내핍에 익숙해진 탓에 불황경제학에 관한 식견이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됐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과 심리적 불안은 종종 상승작용을 일으켜 사회 전반에 걸쳐 피로지수를 끌어올리는 성향이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 보복운전 등 사회에 만연한 짜증과 분노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분노사회》의 저자 정지우 작가는 어려울 때일수록 불평과 무기력함으로 가득 찬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응축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필자가 보는 긍정의 에너지는 일에 대한 열정, 따뜻한 마음, 인문학적 소양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다. 적당한 긴장감으로 일의 몰입을 높여나가는 남다른 열정과 오늘 다하지 못한 일로 외롭지 않은 내일이 있다는 마음으로 열정을 불사르는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
직장에서는 경쟁과 갈등의 빗장을 풀어 ‘같이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따뜻한 마음은 잎을 내고 꽃을 피워 결국 모두를 즐겁게 하는 물줄기와도 같다. 기부와 봉사가 생활화된 미국의 서민들이 다소 뜬금없는 ‘벵골 호랑이 구하기’ ‘아프리카 양아들 후견하기’ 등에 기꺼이 참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복지회관이라도 찾아가 값진 땀방울로 무더위를 날려보면 어떨까?
끝으로, ‘경영학의 구루(정신적 스승)’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이미 50년 전에 《단절의 시대(The Age of Discontinuity)》에서 기술 혁신이 지배하는 경제를 예측하며 인간소외 등 인문학적 가치 상실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인문학적 소양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여백이고, 가끔은 먼먼 하늘이거나 그리움이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창시절 한문시간에 즐겨 암송한 논어 학이(學而)편의 첫 번째 문장이다. 요즘 청소년들 언어로 언제 들어도 ‘핵 멋진’ 글이다. 올여름에는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인문학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책 한 권 읽기를 권한다.
김용환 < NH농협금융지주 회장 yong1148@nonghyu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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