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스닥 20년, 덩치를 더 키워야

입력 2016-06-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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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기업 성장의 중요한 플랫폼
모험자본 회수·재투자 선순환 이뤄
성장형 기업 상장문호 확대해야

조현정 < 비트컴퓨터 대표이사 회장 >



20년 전 벤처기업 창업과 성장의 혈액이 되는 자금은 담보대출이 전부였다. 창업법에 의해 설립된 벤처캐피털은 본연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 투자 형식이 아닌 ‘노리스크 로리턴(무위험 저수익)’을 선호했기 때문에 모험자본 투자는 전무했으며, 구주를 유통하는 장외시장은 몇 달에 1주씩 거래될 정도의 의미 없는 시장이었다. 직접 자금조달과 투자 회수를 할 수 없는 열악한 벤처 생태계였다.

1995년 몇몇 벤처기업인이 모여 만든 벤처기업협회에서 가장 먼저 요청해 설립된 코스닥시장은 지난 20년간 한국 벤처산업 생태계의 태동에서부터 성숙단계에 이르기까지 성장의 지렛대가 돼 줬다. 외환위기 극복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된 벤처가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이기도 하다.

코스닥은 벤처 거품 시기로 부르는 2000년 초에 지수가 2925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과도한 기대로 인해 과대 평가된 주가와 몇몇 머니게이머들이 舅매?사건으로 인해 같은 해 말 525까지 폭락한 뒤 오랫동안 암흑기에 있었다. 그 사이 코스닥은 거래소에 합병됐고, 상장 요건이 거래소 수준에 가까워서 신규 상장보다 상장폐지가 더 많은 해도 여럿 있었다.

코스닥은 청년들에게 창업과 성공의 꿈을 꾸게 하며, 기업 성장 단계에 맞는 직접자금 조달로 우량기업으로 성장하게 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됐다. 상장이 본격화된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신규 상장한 1406개 기업이 조달한 자금이 46조원에 달하는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코스닥이 활성화되면서 창업자와 창업 초기에 투자된 모험자본이 회수되고, 재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의 벤처자본 생태계가 됐다.

물론 코스닥 발전 과정에서 부작용도 없지 않았지만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과 벤처업계의 자정 노력으로 작년에 다시 지수 700을 돌파하는 등 재도약의 전기를 맞게 됐다. 2012년 22개에 불과하던 신규 상장은 작년에 122개로 확대될 만큼 다산다사(多産多死)하는 역동성을 보였고 코스닥 기업들의 체질도 튼튼해졌다. 투자 환경도 개선돼 안정성과 투명성도 높아졌다. 코스피시장과 달리 정보기술(IT)·바이오(BT)·문화콘텐츠(CT) 등 신성장산업 비중이 60%에 달해 혁신 미래성장산업 중심의 독자적 자본시장으로서의 면모도 갖추게 됐다.

코스닥이 고유의 역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SW) 기업을 포함한 미래성장형 기업들에 대한 상장 문호가 확대되고, 시가총액이 높은 바이오 기업과 유니콘 기업을 포함한 우량 기술 기업들의 적극적인 상장으로 시장 규모가 커져야 한다. 그간 축적된 신뢰 기반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확실한 투자 대안이 되도록 해야 한다.

코스닥은 세계 신자본시장에서 시가총액과 상장기업 수로 따져 2, 3위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 20년간 벤처기업가들과 투자자, 코스닥 및 금융당국 등 모두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실이다. 앞으로도 경제 혁신의 버팀목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창업자 및 기업, 투자기관, 투자자 등 모든 시장 이용자들이 상생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조현정 < 비트컴퓨터 대표이사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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