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통한 대형화 바람
중국발 공급과잉 해소되면 철강업계 '반사 이익' 기대도
[ 도병욱 기자 ] 중국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이 합병하면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2위의 초대형 철강사가 탄생한다. 지난 2월 일본 최대 철강사인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스미토모금속)이 일본 4위 업체인 닛신제강을 인수한 데 이어 연이은 철강업계 대형 인수합병(M&A)이다. 철강업계에서는 글로벌 공급과잉 현상이 계속되면서 주요 철강사들이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철강 공급량을 줄이는 구조조정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한국 철강업계에서는 M&A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 본격화하는 中·日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이 합병하면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에 필적할 만한 초대형 철강사로 거듭난다. 지난해 아르셀로미탈의 조강생산량은 9714만t인 데 비해 세계 2위 허베이강철은 4775만t에 그쳤다. 아르셀로미탈의 절반에 불과하다.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의 지난해 조강생산량을 합하면 6072만t에 달한다. 합병하면 조강생산 ??다소 줄어들겠지만, 아르셀로미탈에 버금가는 대형 철강사가 탄생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이 합병해 세계 2위 철강사가 되면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세계 철강산업의 향방을 좌우하는 힘도 가진다”며 “두 회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지면 세계 1위를 넘보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철강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5년간 조강능력을 1억~1억5000만t 감축하는 동시에 2025년까지 글로벌 수준의 철강기업 3~5개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조강생산량은 줄어들고, 인력구조조정 역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쉬샹춘 마이스틸리서치 수석연구원은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의 합병은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과 공급과잉을 줄이려는 정부 전략에 부합한다”며 “이들 두 기업을 필두로 추가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철강사의 합병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신일철과 닛신제강의 합병으로 일본 철강업계는 신일철, JFE스틸, 고베제강소 등 3강 체제로 재편됐다. 추가 합병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일본 철강업계의 M&A는 2000년 이후 꾸준히 이뤄졌다. 2002년 가와사키제철과 NKK가 통합해 JFE스틸이 탄생했고, 2012년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이 합병해 신일철주금으로 재탄생했다.
◆공급과잉 해소는 한국에 호재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이 철강업계 재편에 힘을 쏟고 있지만 한국 철강업계에서는 M&A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가 지난해 합병했지만 이는 그룹 내 합병이었다. 동부제철 매각 작업은 매수 희망자가 없어 중단된 상태다. 김민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철강사들은 자체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기업 단위 구조조정만으로는 철강산업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며 “철강업체 간 전략적 M&A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의 합병으로 중국 철강제품 생산량이 줄어들면 한국 철강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공급과잉이 중국에서 시작된 만큼 중국 생산량이 줄어들면 철강제품 가격이 다소 회복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생산량이 줄어들면 국내 철강사들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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