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수출입은행, 1조 코코본드 돌연 철회

입력 2016-06-28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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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재검토' 지시에 발행 중단
기관들 "이틀 앞두고 취소" 황당



[ 하헌형 기자 ] ▶마켓인사이트 6월27일 오후 11시30분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이달 말로 예정했던 1조원어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을 돌연 철회했다.

▶본지 6월22일자 A23면 참조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오는 29일 7000억~1조원 규모의 10년 만기 코코본드를 발행하려던 계획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수출입은행은 이번 코코본드 발행 실무를 맡은 삼성 NH투자 KB투자증권과 함께 지난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사전 수요 조사(태핑)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국책은행 소관 정부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행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발행 작업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데다 내달 ‘국책은행자본확충펀드’ 프로그램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수출입은행이 굳이 코코본드를 발행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차후 발행 일정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자본확충펀드 프로그램은 한국은행과 정부(기업은행)가 11조원 규모로 조성한 펀드를 통해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 출자하거나 이들 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를 사들여 자본을 확충해주는 것이 골자다.

수출입은행은 이 프로그램 시행과 별개로 이번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해 왔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대출금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 자칫 자본이 잠식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9.89%로 17개 국책·시중은행 중 가장 낮다. 코코본드는 발행 회사가 자본 부족 등 어려움을 겪으면 이자 지급이 중단되거나 원금이 전액 상각되는 고위험 채권이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주로 은행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발행한다.

이번 수출입은행 코코본드 발행을 대행한 증권회사와 태핑 과정에서 투자 의사를 밝힌 기관투자가들은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채권영업팀장은 “발행을 불과 이틀 앞둔 상황에서 돌연 일정을 취소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며 “기재부가 시장 신뢰를 저버리면서까지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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