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5번째 ‘철수 정치’…대권가도 ‘빨간불’
“정치 판 뒤엎었겠다”고 했지만 뒤집힘 당해
국민의당 벗어나 중도층 중심의 새판짜기 나설 가능성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29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4·13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천정배 공동대표와 함께 대표직을 던졌다.
‘정치적 책임’을 대표직 사퇴의 이유로 들었다. 리베이트 파동으로 왕주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이 구속되고 측근인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로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는게 사퇴의 이유다. 리베이트 파동은 안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 이후 줄곧 내세워 왔던 ‘새정치’와 정면 배치된다.
리베이트 파문으로 그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구정치의 악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그의 발언은 허언(虛言)이 됐다. 정치의 판을 뒤업겠다고 했으나 그 자신이 뒤집힘을 당한 꼴이 됐다.
그는 지난 2월2일 국민의당 창당식 때 대표 수락연설에서 기존 정치를 ‘구정치’로 몰아세우면서 정치의 판을 뒤엎겠다고 했다. 그는 “저는 국민의당에, 이번선거(4·13 총선)에,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 온몸이 부서져라 하고 뛰겠다”고 말했다. 이어 “낡은 정치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 2016년 한국 정치의 판을 바꾸는, 사람과 판을 바꾸는 혁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또 “여야 기득권 양당은 19대 국회가 얼마나 무능하고 무기력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금니를 꽉 다문 채 정치혁명을 얘기해 ‘강철수’라는 별칭이 나왔다. 이전의 ‘철수 정치’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대표 사퇴로 그는 결과적으로 5번째 ‘철수 정치’를 이어갔다. 2012년 대선 후보 사퇴, 2013년 신당창당 포기,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사퇴,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에 이은 것이다. 2014년 대표 사퇴와 이번 사퇴는 모두 5개월을 넘기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주주 오너’의 대표직 사퇴로 국민의당은 창당 5개월이 안돼 위기를 맞게 됐다. 당 체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 주인이 사퇴하게 돼 국민의당은 대혼돈 상황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되는 부분은 사퇴 이후 안 대표 거취다. 연말 전당대회 때 대표에서 물러나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겠다던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일각에서는 리베이트 사태를 방치할 경우 안 대표의 지지율이 더 추락하고, 그러면 되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었던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대표직까지 던지면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2보 전진’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국민의당 내에서 대권을 도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번 사태로 3당 체제에 금이 갔다. 더군다나 당내에서는 안철수계와 호남계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리베이트 사태는 안 대표 측근들이 연루됐다. 국민의당 지역구 의원 25명 가운데 호남 출신이 23명이다. 때문에 안 대표의 당내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새누리당 비박과 영·호남을 아우르는 중도층 중심의 ‘새판짜기’를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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