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위기의 에너지 정책, 기본으로 돌아가야

입력 2016-06-29 17:32   수정 2016-06-30 06:42

"국가안보에도 중요한 에너지산업
지속가능한 경쟁력 유지하기 위해
기초체력 다질 정책적 지원 필요"

김태유 < 서울대 교수·산업공학 >



최근 세계적으로 경제·산업계의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술의 융복합과 연결을 통해 기존 산업을 혁신하고 신산업을 육성해 신규 시장을 창출하자는 4차 산업혁명이 침체된 경제에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또한 4차 산업혁명을 시대적 흐름으로 보고 지원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신산업에만 매몰돼 더 중요한 것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제조업 혁신’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각광받고 있는 이면에는 선진국 제조업의 위기감이 자리해 있다. 개발도상국들의 추격을 힘겨워하는 선진국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을 제조업에 적용한 혁신을 통해 자국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자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의 ‘첨단제조 프로그램’, 일본의 ‘재흥전략’, 심지어 중국의 ‘중국제조 2025’ 등 제조업 강화 프로젝트는 모두 그런 점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산업의 기초인 제조업 부흥이 진정한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도 ‘제조업 혁신 3.0’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기존 제조업 경쟁력 제고보다는 IoT, 스마트카, 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 및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에서 경제 활로를 찾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은 소위 신산업과 내수 시장 한계가 있는 서비스업으로 기존 제조업을 대체하고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를 지탱할 수 있을까.

에너지산업도 마찬가지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중에서 석유 및 화학제품이 수출 주요품목을 차지하면서 이를 자국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에너지산업은 국가안보, 다른 산업에 대한 안정적인 연료·원료 공급, 주요 에너지원의 공급 등 국가 경제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미국 경제가 셰일 혁명과 함께 부활하고 있듯이, 국내 에너지산업은 전 산업의 기반 역할을 충실히 하고,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산업의 기초체력을 보강하고, 다른 산업과 시너지를 내도록 하는 정책수단의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 방향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효율적인 해외 에너지 확보 정책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기능 조정 등을 통해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에너지자원의 확보는 한국 경제 성장잠재력을 갖추는 데 필요조건이며, 이에 대한 효율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에너지 정책의 통합 거버넌스 체제 확립이다. 국내 에너지 정책은 다른 산업과의 융합은커녕 에너지원(源) 간의 통합적 조율조차 힘든 상황이다. 주요 에너지원을 통합하는 거버넌스 체제를 확립하고 요금·세제·산업진흥·규제 정책 등을 그 안에서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산업은 다른 산업의 밑바탕을 이루는 동시에 국민 생활의 기본이기 때문에 국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 안보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구조를 개선하고 효율적 에너지 분산 정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믹스’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술혁신을 통한 전통 에너지원과 에너지 신산업 간 융복합 및 시너지 창출도 모색해야 한다.

위기가 닥치기 전에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진정한 4차 에너지 산업혁명은 기존 에너지산업과 신산업의 조화를 통해 이룰 수 있다. ‘인더스트리 4.0’이란 산업 전반의 변화 속에서 ‘에너지산업 4.0’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태유 < 서울대 교수·산업공학 tykim@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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