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회사 세무조사 하라는 조종사 노조

입력 2016-06-29 17:35  

김순신 산업부 기자 soonsin2@hankyung.com


지난 28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 앞 도로는 정복에 모자까지 갖춰 쓴 150명의 조종사들로 가득 찼다. 5000만원이 넘는 연봉 인상을 요구하며 6개월 넘게 회사와 대치하고 있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집회였다.

이날 노조가 외친 구호는 임금 인상이 아니었다. 노조는 “경영 사정이 어렵다는 회사 말을 믿을 수 없다”며 “정확한 자금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종사노조의 세무조사 청원 움직임에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반발했다. 집회 현장에 있던 이종호 일반노조 위원장은 “귀족 노조인 조종사노조가 회사를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조종사노조가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동료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선 일반 노조원과 조종사 노조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웬만한 직장인 연봉만큼 급여를 올려달라는 조종사들의 주장 뒤에는 ‘내가 없으면 항공기가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회사와의 협상이 틀어지면 돈을 더 주는 외국계 항공사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말도 陸뗄?사이에서 나온다. 지난해 대한항공을 떠나 중국계 항공사로 옮긴 조종사만 46명에 달했다.

문제는 대한항공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내선 점유율 절반 이상을 저비용항공사(LCC)에 내줬다. 회사의 부채비율은 900%를 넘었고, 신용평가사들은 올 들어 신용등급을 줄줄이 내렸다.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는 자회사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의 추가 자금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고려한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는 임금 1.9% 인상에 합의했다.

이 위원장은 “조종사노조에 임금과 관련한 주장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며 “세무조사 등으로 실추될 회사의 이미지는 1만1000여명의 일반 노조원들이 지고 가야 하는 짐”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노동자 권익을 대표하는 단체다. 회사가 망가지면 노조의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회사 세무조사’ 주장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

김순신 산업부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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