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경쟁 불러 단가 하락
[ 김낙훈 기자 ] 반월·시화산업단지에는 하나의 공장에 대여섯 개 업체가 들어선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시화산단의 한 공장은 ‘한지붕 8가족’이다.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소기업이 8개나 입주했다.
작은 공장이 늘어난 것은 경기 침체로 공장을 쪼개 임대하는 기업이 증가한 데다 재개발에 밀려 내려온 기업들의 ‘작은 공장’ 수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시화산업단지의 임차공장은 2013년 4월 6555개에서 올해 4월 8469개로 29.2% 증가했다. 시화산단 입주기업 중 임차공장 비율은 70.2%에 이른다.
시화산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S사장은 “초창기 입주업체들은 3300~6600㎡ 규모로 공장을 지었지만 공장을 분할해 임대를 주면서 소규모 임차공장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임차 업체의 상당수는 서울 변두리나 광명 부천 등지의 재개발 여파로 밀려난 소규모 공장이다. 선반 밀링 프레스 등으로 쇠를 깎는 작업을 하는 기업이 많다.
소기업 입주가 늘면서 시화산단 근로자는 2013년 4월 11만1257명에서 지난 4월 말 13만4173명으로 20.6% 늘었다. 공간이 협소해지면서 작업 환경도 나빠지고 있다. 몇몇 업체는 공장 구석에 컨테이너를 두고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소규모 공장들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4차·5차 협력업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물량이 줄면서 이들이 치열하게 ‘일감 따내기 경쟁’을 벌여 납품단가도 하락했다. 일감도 줄고 채산성도 떨어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반월산단도 마찬가지다. 전체 입주기업 6982개 중 62.4%인 4357개가 임차공장이다. 이들 임차 소기업의 가동률은 중규모 기업보다 훨씬 낮다. 4월 반월산단의 소기업(50명 미만) 가동률은 66.9%로 ‘50명 이상 300명 미만’ 중기업의 75.1%보다 8.2%포인트 낮았다.
반월·시화산단=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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