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는 29일 “홍 부총재는 중국을 떠나 제3국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회장을 지내다 지난 2월 AIIB의 최고위험관리자(CRO)로 옮긴 홍 부총재는 지난 27일 돌연 휴직계를 내고 잠적한 상태다.
정부는 이미 홍 부총재의 사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임자 물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홍 부총재 거취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AIIB가 후임자를 새로 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한국에서 다시 부총재 자리를 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홍 부총재의 ‘돌출 행동’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말 대우조선 지원 방안이 논의된 청와대 ‘서별관회의’와 관련한 언론 인터뷰로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최근 산은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책임론이 불거진 데 대한 부담을 느껴 스스로 휴직을 선택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선 진리췬 AIIB 총재와의 갈등설도 제기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홍 부총재의 언론 인터뷰가 논란이 되자 진 총재가 홍 부총재를 불러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AIIB는 부총재 등 주요 간부들에 대해 언론 접촉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이 다시 부총재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AIIB 내 지분율은 3.81%로 전체 회원국 중 다섯 번째다.
부총재는 총 다섯 명이지만 부총재 수임 국가는 한국, 인도, 독일, 인도네시아, 영국 등 5개국이다. 한국보다 지분율이 높은 러시아나 한국 다음인 호주(3.76%·6위), 프랑스(3.44%·7위) 등이 부총재를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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