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이경규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지난 29일 방송된 고품격 토크쇼 MBC ‘라디오스타’(기획 조희진 / 연출 황교진)는 ‘킹경규와 네 제자들’ 특집으로 이경규-이윤석-윤형빈-유재환-한철우가 출연했다. 30일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수도권 기준 7.4%로 변함없는 동 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이날 이경규는 ‘최고의 MC’라는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고 패널로 포지션 변경에 성공해 ‘웃음 보증 수표’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이경규-이윤석-윤형빈-유재환-한철우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이임을 증명하듯 서로에 관한 에피소드가 끝없이 펼쳐져 시청자들의 배꼽을 쥐게 했다.
“나 나오면 최소 2주분”이라며 호언장담한 이경규는 “토크 겹친다며, 안 겹치게 해줄게”라며 베테랑다운 모습으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그는 충성(?)과 폭로 사이를 오가는 이윤석-윤형빈-유재환-한철우에 천국과 지옥을 맛봤다. 방송 내내 이경규에게 무한 칭찬을 하거나 굳건한 충성심을 보인 규라인 멤버들에 뿌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갑작스런 네 사람의 순차적 반란에 ‘넉다운’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무엇보다 윤형빈은 규라인 내의 ‘이경규 저격수’로 활약하며 폭로를 멈추지 않았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의 호주 촬영 당시 윤형빈이 준비했던 ‘바오밥나무 한 커트(?)’와 나뭇잎 뱀 상황극을 똑같이 따라 했던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윤형빈은 회심의 일격이었던 한 커트를 이경규에 빼앗겨 “심지어 저보다 잘 살리셨어요”라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같은 윤형빈의 토크에 이경규는 보인 특유의 리액션을 살려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특히 이날 이경규는 술 마시면 터지는 명언을 이윤석과 윤형빈에게 받아 적으라고 했던 사실을 밝혔다. “사실 형 천재야”와 같은 자화자찬 어록이 있는가 하면, “행복은 곁에 있는 사람들이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에게 주는 것이다”라며 감동을 주다가도 “윤석이를 나랑 같이 묻어줘라”라고 덧붙여 웃음까지 챙겼다. 이외에도 더 많은 어록들이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가 하면 한철우는 방송 초반 “언제 끼어들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자신 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터지는 입담을 보여 시청자들에게 그의 존재감과 예능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한철우는 이경규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버터구이 전복’에만 집중하다 혼난 적이 있다고 고백하면서 이경규에게 혼나지 않고 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 ‘눈치 100단’ 스킬을 공개했다.
그는 22년 차 배우다운 연기력으로 이경규의 복사본을 보는 듯한 상황극을 펼쳐 1차로 웃음이 터지게 했고, 뒤이어 이경규가 소주를 마시는 순간에 삼겹 ?두 점을 게 눈 감추듯 빠르게 먹는 시범을 보여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공식 규라인 1인자’ 이윤석은 술 마실 때면 그의 안전을 위해 술자리에 항상 매니저를 동행하게 당부한 이경규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윤석은 당부의 한마디 이후 “(이경규 씨가) 나랑 마시다가 사고가 나면 나에게 누가 된다(라고 말했다)”고 반전 이유를 밝혔고 이경규는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이윤석의 매니저가 동행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까지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유재환은 이경규의 요청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간드러지는 톤으로 ‘선배님~’이라며 맛깔나게 받아쳤다. 이어 이경규는 주변 사람들을 볼 때도 상대방에게 바로 달려가 “어머~ 선배님 너무 좋아해요~ 어머~ 선배님~”이라며 살갑게 인사한 후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제 갈 길 가는 유재환의 모습을 실감 나게 재연해 유재환을 ‘리액션 로봇’으로 등극시켜 웃음꽃을 피웠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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